“나 아니면 안돼” 자리 못 놓는 기업인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복귀
일본에도 고령 최고경영자 많아
美 워런 버핏은 92살에도 현직

하워드 슐츠가 돌아왔습니다. 슐츠는 1971년 미국 시애틀의 작은 원두 가게로 시작한 스타벅스를 세계 77개국에서 매장 약 3만4000곳을 운영하는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로 키운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1982년 마케팅 담당으로 입사했고, 1987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1992년 스타벅스를 나스닥에 상장시켰습니다. 2000년 수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8년 만에 복귀해 2017년까지 10년간 다시 회사를 이끌었습니다.

2018년에는 두 번째 은퇴를 했습니다. 최고경영자 자리는 물론, 이사회에서도 물러났습니다. 케빈 존슨이 슐츠의 배턴을 이어받았지만, 경영 환경은 나날이 나빠졌습니다. 원두 값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매년 비용이 증가했고, 중국과 러시아 시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습니다. 이사회는 노조를 결성하는 미국 점포가 늘어나는 것도 위기로 봤습니다. 최근 주가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떨어져 주주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나왔죠. 하워드 슐츠는 이런 와중에 스타벅스의 구원투수로 돌아왔습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CNBC Prime 유튜브 캡처
슐츠는 2022년 4월 복귀해 차기 CEO를 선임하기 전까지 스타벅스를 이끌 예정입니다. 그는 “스타벅스로 돌아갈 계획은 없었지만, 모든 이해당사자가 상호 번영하는 새롭고 흥미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회사가 다시 변해야 한다는 걸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경영 환경이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직원과 고객을 위해 다시 뛸 것”이라고 했습니다.

◇“주가 관리 안돼” 10개월만에 돌아오기도

스타벅스뿐 아닙니다. 4월 21일 세계 최대 모터회사 일본전산(NIDEC)은 나가모리 시게노부(78)를 신임 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80대를 앞둔 신임 경영자의 정체는 일본전산 창업주입니다. 그는 1973년 일본전산을 세우고 수십년간 회사를 이끌었습니다. 60여차례 인수합병(M&A)을 거쳐 회사를 세계에서 가장 큰 모터 제조업체로 성장시켰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인지도는 낮은 편이지만, 일본전산은 파나소닉 홀딩스 시가총액의 2배를 웃도는 대기업입니다.

나가모리 회장은 2021년 6월 후계자 세키 준 사장에게 CEO 자리를 넘겼습니다. 나가모리는 당시 “세키 준은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춘 인재”라며 “남은 건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1년 일본전산의 매출은 2020년보다 18%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실적과 달리 주가 그래프는 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2021년 6월 1만2000엔 수준이었던 주가는 2022년 8000엔대로 떨어졌습니다.

나가모리는 세키 준 사장의 주가 관리 실패를 대표직 복귀 이유로 꼽았습니다. 그는 “주가가 주당 1만엔 수준이었다면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저히 주가 수준을 용납할 수 없어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그는 세키에 대해 “위기 대처 능력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에게 일본전산의 속도감 있는 경영 스타일을 배울 수 있게 3년의 시간을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세키는 10개월만에 다시 최고책임운영자(COO)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세키는 3년 뒤에 다시 대표직에 도전한다고 합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은퇴를 번복했지만, 후계자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Softbank Academia 홈페이지 캡처
◇후계자 성에 안 차는 유니클로 창업자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의 창업자 야나이 타다시(73) 대표이사 회장도 은퇴를 번복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는 2002년 입사 3년 차였던 다마스카 겐이치 현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에게 사장직을 물려줬다가 3년 만인 2005년 다시 돌려받았습니다. 다마스카가 사장으로 취임한 뒤 유니클로가 H&M 등 경쟁사의 약진에 실적이 둔화했기 때문입니다.

야나이 회장은 다시 경영진으로 복귀한 뒤 65살 때 사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수차례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2013년 64살 때 이 약속을 철회했습니다. “세계화가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은퇴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야나이 회장은 73세인 지금도 패스트리테일링을 이끌고 있습니다.

쿠팡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손정의(65) 소프트뱅크 사장도 원래 60살에 은퇴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는 미국 유학 중이던 19살 때 인생 계획을 세웠습니다. 30대 때 사업 자금을 모아 40대에 큰 승부를 걸고, 50대에 사업을 성공시킨 뒤 60대에 다음 세대에 물려줄 계획이었습니다. 그는 50대까지 인생 계획을 모두 이뤘습니다. 하지만 은퇴를 1년 앞둔 59살 때 “아직 할 일이 많다”며 다음 세대에 사업을 물려준다는 약속을 철회했습니다.

손 사장은 2010년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를 세우고 그룹을 이끌 후계자 교육을 해왔습니다. 직원뿐 아니라 외부 인사도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죠.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 홈페이지를 보면 ‘후계자를 찾습니다(Seeking Successors)’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보입니다. 하지만 손 사장의 뒤를 이을 예정이었던 인도 출신 니케이 아로라 부사장은 회사를 떠나야 했고, 손 사장은 여전히 현업에서 뛰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의 후계자로 지목된 그렉 아벨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 /야후 파이낸스 유튜브 캡처
◇90대 회장님 때문에 ‘만년 후계자’

1930년생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92살 나이에도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1974년부터 50년 가까이 한 번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려놓은 적이 없죠. 버핏의 은퇴에 대한 요구는 20여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주주 사이에서 “70대에는 후계자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요구가 나왔죠. 하지만 버핏은 은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고, 매년 연례 주주총회에 나타나 부회장인 찰리 멍거(98)와 함께 주주들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에 후계자가 없는 건 아닙니다. 2018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렉 아벨(60)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렉 아벨은 수년 전부터 버핏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꼽혔지만, 공식 발표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 주주총회에서 버핏이 “만일 오늘 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내일 아침 그렉이 내 업무를 대신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공식적인 후계자로 지목받았습니다.

재계에선 만년 후계자였던 아벨이 조만간 회장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워런 버핏은 2000년부터 매년 자선행사인 ‘버핏과의 점심’ 경매를 열었습니다. 최고가 낙찰자는 뉴욕 맨해튼의 유명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버핏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합니다. 행사를 주관하는 글라이드재단은 최근 “버핏과의 점심 경매가 2022년을 끝으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버핏이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아벨은 버핏의 뒤를 이어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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