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궁궐 연못, 충남 부여 궁남지 푸르름 가득한 5월 풍경

매일 똑같은 일상이 지겨워질 즈음 이대로는 송장이 되겠다 싶어 차에 시동을 걸었다. 당일치기로 오로지 감에 의존하여 드라이브를 즐기다 우연히 찾게 된 부여는 참 조용하고 한국의 멋이 느껴진 마을이었다. 벚꽃 시즌이 끝나고 푸르른 잎들이 청량하게 피기 시작하는 5월, 부여의 길 위에서 만난 풍경은 감동이 가득했다.
부여를 대표하는 명소들은 생각 외로 꽤 되는 편이다. 쇼핑의 메카 부여 아울렛을 비롯해 어림잡아봐도 부소산성과 백제문화단지, 부여왕릉원, 정림사지 등 백제를 대표하는 명소를 비롯해 한국의 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장소들이 많다.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소위 말하는 명소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지친 일상 속 치유할 수 있는 여행이라는 것이 삶 속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고 최근 들어 주말이나 쉬는 날 드라이브로 최대한 많은 장소들을 가보고자 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여를 방문했을 때 가장 좋았던 장소를 꼽자면 한치의 고민도 없이 궁남지였다고 할 수 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았지만 초록 풍경이 맞이해주는 멋들어진 모습은 가슴속의 설렘을 느끼게 해주었다.

부여 궁남지(서동공원)
주소 :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24시간 운영 / 입장료 없음

충청남도 부여군 동남리에 위치한 궁남지는 백제 시절에 조성된 궁궐 연못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정원으로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한 무왕의 서동요 전설이 깃든 장소로 알려져 있다. 그 배경이 되는 삼국사기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백제 무왕 35년(634), 궁의 남쪽에 못을 파 20여 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어 흡사 정원의 분위기를 가꿨다고 한다. 이로 인해 백제의 노자공은 일본에 건너가 조경기술까지 전파했다고 하니 백제의 정원 꾸미는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어림잡아 볼 수 있다.

버드나무가 살랑거릴 정도의 기분 좋은 바람과 충분한 그늘 사이로 연못을 따라 걸어가면 마치 백제시대의 왕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한국적인 미를 갖춘 정원이라는 점이 큰데 아직은 이르지만 그리고 연꽃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곧 뜨거운 여름인 7월이 시작될 때 만개가 할 것이고 천만 송이 연꽃들의 향연이 아름다운 서동 연꽃축제가 다가옴을 알 수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최근엔 진행되지 않았지만 무려 3년 만에 올해부터 다시 개방한다고 하니 기억해 뒀다가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10월에서 11월 사이에는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굿뜨래 국화 전시회도 열린다고 하며 겨울엔 철새를 둘러볼 수 있는 등 사계절 언제나 볼거리가 가득해 언제든 방문하기 좋은 관광지라는 생각이 든다.

연못 부근에는 텃새인 왜가리도 종종 틈 사이로 나와 고갯짓을 하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궁남지는 풍부한 먹이와 물, 자연조건 등 새들이 쉬었다 가기에 정말 좋은 풍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추워지는 겨울엔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푸른날개쇠오리, 왜가리 등 철새들이 지내기 좋은 환경을 가진 이곳을 찾아 빈 못을 휴식 삼아 쉬었다 가기도 하며 이 철새를 구경하기 위해 수많은 작가들과 사진사, 관광객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언덕이 없고 평탄한 산책로는 동서남북 서로 다른 풍경을 선사해 주는데 큰 길을 따라 크게 둘러보기에도 좋고 조금은 울퉁불퉁한 못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기에도 좋았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배경엔 춘향이가 탔을 것 같은 커다란 그네를 비롯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작은 정자와 연못을 바라보고 있는 그네 의자가 있고 수선화, 버드나무, 수련 재배지 등 5월의 녹음 가득한 자연을 벗 삼아 힐링 할 수 있는 공간과 놀 거리들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궁남지 한가운데에는 정자 포룡정이 자리 잡고 있다. 용을 품은 곳에 세워진 정자라는 뜻으로 무왕의 탄생 설화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튼튼한 나무다리를 통해 연못의 중앙인 포룡정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데 만약 다리가 없다고 가정을 한다면 연못 중앙에 마치 고립되어 있는 섬 모양의 모습은 마치 동양미를 간직한 풍경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주변에 살짝 솟은 바위 위로 쉬러 올라온 자라들도 마치 경배하듯 포룡정 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포룡정은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 신발을 벗고 올라앉아서 쉬며 서동공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예로부터 이런 고풍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영화 ‘관상’ ‘도리화가’ 그리고 드라마 ‘서동요’ ‘철인왕후’ 등 각종 예술 문화에서 시대극을 촬영할 때 애정 하는 1순위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포룡정 내부는 햇볕으로부터 그늘이 되어주는 덕분에 선선한 봄바람을 맞으며 서동공원 풍경과 함께 궁남지를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며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각기 다른 서동공원의 장면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주말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아 마치 나들이를 나온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고 경사가 완만해 둘러보기에도 좋아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괜찮다.

포룡정을 지나면 마치 구역을 나눠 놓은 듯한 수련 재배지 산책로가 있다. 아직은 이른 시기라 수련과 연꽃을 풍성하게 감상하긴 힘들었지만 종류도 다양하고 쉽게 볼 수 없는 종도 많아 이제부터가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지 위한 시작이라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수련과 연꽃의 구분법에 대해 잘 모르리라 생각이 드는데 가장 쉬운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게 설명하자면 물 위에 작게 떠있고 잎이 물에 걸터 있는 상태라면 수련, 잎이 크고 줄기가 물 위로 치켜올라 곧게 뻗어서 자라는 것이 연꽃이구나 생각하면 된다. 6월 이후부터는 궁남지를 대표하는 이 두 식물을 자세하게 관람할 수 있으니 기억해 두었다가 구경하면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항상 좋은 곳을 방문하면 소중한 사람이 떠오르듯 가족 생각이 많이 났던 궁남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굉장히 인상적인 장소로 기억에 남았다. 마치 잔잔한 물에 물감을 풀면 얕은 너울로 서서히 번지듯 일상 속 답답함이 아름다운 장소로 인해 서서히 물들어가는 기분은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는데 삶의 힐링은 딱히 거창하거나 특별할 게 없었던 것 같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1년 중 우리 가족을 더욱 생각하게 하는 가정의 달이기 때문에 아이들과 또는 부모님을 모시고 충남 부여 궁남지에 방문해 삶이라는 책장 속 한편의 추억을 쌓아보면 지친 일상 속에서 쉼이 되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더불어 평소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 살고 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한번 연락하기가 쉽지 않은 무뚝뚝한 자식으로서 이번만큼은 어렸을 적 엄마 아빠밖에 모르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손 꼭 잡고 오붓한 시간을 가져보련다.

여행플러스가 추천하는 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 ‘동굴 속 비밀의 해변’ 어디?

»제주 드라이브 1번지 평화로 드라이브 코스

»“뭐 볼 게 있냐” 물으신다면… 덜 알려져 더 좋은 성주 힐링 스폿5

»‘이런 곳이 있었다고?’ 실제로 존재했던 5개의 특이한 항공사

»콘크리트 조각이 왜..? 日 색다른 디저트 선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Leave a Comment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