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율 뚝 떨어진 ROTC, 인기 시들해진 이유

지난 4월13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문화관에서 열린 서울대 학군사관(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 임관식에서 사령장을 받은 신임 장교는 9명. 서울대 학군단은 국내 1호 학군단으로 1963년 1기생 528명이 임관할 만큼 큰 규모를 자랑했다. 그러나 60년이 지난 2022년 임관한 60기생은 1기생의 2%에도 못 미친다. 이대로 가면 진로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른바 명문대학에서는 ROTC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서울대만 이런 게 아니다. 전국적으로 학군사관(ROTC) 임관자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지원자도 감소해 올해 육군학생군사학교는 4월 초 ROTC 후보생 접수를 마감하려다 접수기간을 5월 6일까지 연장했다.

한때 ROTC는 취업시장에서 많은 혜택을 받으며 높은 경쟁률을 자랑했다. 그러나 지원율이 매년 급감하며 ROTC 모집에 애를 먹는 모양새다. 초급장교의 70%를 차지하는 학군사관 모집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안보 현장을 지휘할 우수 자원 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때 높은 경쟁률을 자랑했던 ROTC 지원자 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 /국방부
◇ROTC 지원율 매년 감소

국방부의 자료를 보면 2014년 6.1대 1이었던 ROTC 지원 경쟁률은 2015년 4.5대 1, 2016년 4.1대 1, 2017년 3.7대 1, 2018년 3.4대 1, 2019년 3.2대 1로 줄었다. 2020년에는 2.7대 1, 2021년에는 2.6대 1까지 떨어졌다.

학군사관 후보생 지원율이 계속해 줄어들자 임관을 하는 학군사관의 숫자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8년 4111명이었던 학군사관 임관자 수는는 2020년 3971명으로, 2022년에는 3561명까지 줄었다.

ROTC는 대학교 1, 2 학년 때 선발과정을 거쳐 3, 4학년 동안 학교에서 후보생 생활을 하고 졸업과 함께 소위로 임관한다. 학군사관 후보생은 대학 생활 동안 통제된 환경에서 제약된 학생생활을 해야 하고 방학 동안 군사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복무 기간이 28개월로 짧고 소위로 임관해 병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ROTC의 매력이 사라지면서 지원자 수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ROTC 의무 복무 기간은 28개월이다. 1961년 창설 당시만 해도 24개월이었지만 1968년 1.21 사태(북한 최정예 특수 부대원 31명이 기습 남침을 시도, 청와대 바로 300m 앞까지 침투했던 사건) 이후 28개월로 바뀌었다. 당시 병사의 복무 기간은 36개월로 늘었다.

54년이 지난 지금 ROTC 복무 기간은 그대로다. 그러나 병사 복무기간은 2011년 21개월로 줄었고 현재 18개월까지 줄어든 상태다. 1968년만 해도 ROTC의 복무 기간은 병사보다 8개월 짧았다. 그러나 지금은 ROTC의 복무 기간이 병사보다 10개월 더 길다.

ROTC 후보생들이 기초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육군
복무 기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월급이다. ROTC는 3, 4학년 때 매달 7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졸업 후 소위 임관 후 받는 소위 1호봉 월급은 2022년 기준 175만원 정도. 각종 수당을 합치면 200만원이 채 안 된다.

병사들의 월급은 지속적으로 올라 2022년 기준 병사 월급은 이병 51만89원, 일병 55만2023원, 상병 61만173원, 병장 67만6115원이다. 얼마 있으면 200만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병사 월급 200만원’ 인상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이 현실화 한다면 병사보다 낮은 월급을 받고 오래 복무할 ROTC 지원자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취업 우대는 옛말, 오히려 손해

ROTC 인기가 시들해진 데에는 취업 시장의 변화도 한몫했다. 과거에는 ROTC 특채 전형이 있는 기업이 많았고, 장교 생활 동안 쌓은 리더십을 높게 평가해 좋은 점수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특채는커녕 공채 대신 수시 채용이 늘어나고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취업시장에서 ROTC 우대는 옛말이 됐다.

취업을 위해선 ROTC도 경쟁력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학 재학 기간 경쟁 상대가 복수 전공은 물론 해외 교환학생 등의 경험을 쌓는 데 비해 ROTC 대학생은 훈련과 통제 때문에 학교 생활 외의 경력을 쌓는 게 쉽지 않다. 임관 후에도 관리자로서 역할을 하다 보니 여유가 없어 전역 후 취업을 준비하기가 힘들다.

취업 시장에서 ROTC 우대는 사라지고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도 ROTC 지원자 감소의 이유로 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복무 기간 때문에 취업 전선에 뛰어들 때 다른 지원자보다 나이가 많은 점 또한 부담이다. 더욱이 인턴 등 실무 경험 위주로 평가하는 최근 채용 시장에서 28개월간 직무 관련이 아닌 군대 내 업무만 한 ROTC는 다른 취업준비생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장교로 군에 남겠다고 해도 그 또한 쉽지 않다. 장기 복무에 선발되지 않으면 복무 연장을 거듭하다 나이 제한에 걸려 30대에 옷을 벗어야 한다.

이런 문제 등으로 ROTC 지원자가 계속 줄어들면 안보에도 위기가 생긴다. 초보장교의 70%가 ROTC 출신이기 때문이다. 군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단기복무 장려금, 역량강화 활동비 등 학군사관 후보생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인 복무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ROTC 복무 기간을 28개월에서 24개월로 4개월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복무 기간 단축만으로 지원자가 예전처럼 늘어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창설 61년째, 올해 3561명 임관

우리나라 ROTC의 역사는 1961년 시작됐다. ROTC의 원조는 미국이다. 전쟁을 자주 치르면서 직업 군인은 아니지만 ‘평시 교육, 전시 장교’ 필요성을 절감하고 창안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ROTC 훈련을 받은 초급 장교 15만명이 참전해 전공을 세웠다. 6·25전쟁 때도 ROTC 출신 장교 1만8000여명이 무장 소집에 응해 한국 땅을 밟았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제도를 모방해 ROTC를 만들었다. 1961년 6월 1일 서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전국 16개 종합대학에서 ROTC가 창설됐다. 1963년 임관한 ROTC 제1기는 2642명이었다. 이후 6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는 전국 117개 대학에 육해공군 및 해병대 ROTC가 있다. 2010년부턴 숙명여대를 시작으로 여자대학에도 학군단이 꾸려졌다.

숙명여대 공군학군단 창설식에서 후보생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그동안 ROTC를 통해 배출된 현역 및 예비역 장교는 올해 임관한 3561명까지 무려 22만여명에 이른다. 현재도 전체 초급장교의 70% 가량을 ROTC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2020년 9월 취임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23기)은 ROTC 출신 최초의 육군참모총장이다. 또 현역 장성의 약 8%가 ROTC 출신이다. ROTC 출신의 영관급(소령·중령·대령) 장교도 현재 4500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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