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닮아가네”..복지 포인트의 진화

‘쓰긴 써야 하는데 막상 살 만한 것은 없고, 그냥 두자니 아깝고….’

많은 직장인들이 묵혀둔 회사 복지 포인트 사용을 두고 고민이 많습니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는데, 정작 쓸 곳이 제한적이거나 딱히 살 만한 것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부 기업의 경우엔 폐쇄형 복지몰을 만들어, 그 안에서만 사내 복지 포인트로 물건을 살 수 있어 직원들이 불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내몰이다 보니, 살 수 있는 폼목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겠죠. 혹시라도 괜찮은 상품이라도 있으면 올라오기가 무섭게 금세 품절되기도 하죠.

또 어떤 기업들은 임직원들에게 각자 현금으로 먼저 쓰게 하고 결재 서류를 올리게 합니다. 사용 금액 만큼 복지 포인트에서 차감하고 회사가 나중에 현금으로 직원에게 입금해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어디에 썼는지 영수증 내역을 제출해야 하는 터라 그것도 왠지 편치는 않습니다.

이런 불만들 때문일까요? 회사 복지 포인트를 회사 밖에서도 쓸 수 있는 현금성 포인트로 바꿔서 주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페이(pay)’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습니다.

주요 기업들의 사내 복지몰 접속 화면. /각 사 복지몰 홈페이지 캡처
◇현금 기능 갖춘 복지 포인트
현대건설은 2022년 1월부터 현장 근무자들에게 인센티브성 포인트를 지급하고 이를 인터넷 포털 네이버 쇼핑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네이버 페이’로 바꿀 수 있도록 했습니다. 1포인트에 1원씩 지급합니다. 현장 근로자가 안전 수칙을 지키고, 법정 안전교육을 이수하고 안전 신고를 하거나, 안전과 관련된 제안을 하면 안전 포인트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을 합니다.

또 현대건설 자체 어플리케이션(앱)인 ‘H-안전지갑 플랫폼’에서 QR 체크인으로 매일 현장 근무한 것을 확인하면 100포인트에서 1600포인트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받은 네이버 페이 포인트는 네이버 쇼핑과 네이버 페이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임업체 넥슨과 9개 자회사에서 근무하는 5000여명의 임직원들은 ‘페이코 포인트’로 사내 복지 포인트를 받고 있습니다. 페이코는 2015년 NHN이 출시한 간편 결제 서비스입니다. NHN페이코는 ‘페이코 복지 포인트’, ‘페이코 상품권’, ‘페이코 식권’과 같은 기업 복지 솔루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넥슨 직원들은 사내 복지 포인트를 사용해 NHN페이코가 제공하는 이들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겁니다.

◇식권도 모바일로 진화

식권은 기업이 임직원 복지로 챙겨주는 것 중 하나입니다. 회사가 직장 근처 식당이나 사내 식당과 제휴한 종이 쿠폰을 발행해 임직원들에게 나눠주곤 했습니다. 요즘은 임직원 개인 스마트폰으로 식권을 지급하고 자유롭게 제휴점에서 쓸 수 있게 합니다. 종이 식권이 모바일 식권으로 진화한 것이죠. 국내에선 스타트업 ‘식권대장’이 모바일 식권 페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NHN 계열 ‘페이코’가 뛰어들었고, 최근엔 제로페이까지 식권 페이에 가세했습니다.

모바일 식권 페이 서비스 ‘식권대장’을 처음 만든 기업은 벤디스입니다. 제휴 기업 임직원은 식권대장 포인트를 회사 근처 식당에서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식권대장을 이용하는 기업 수는 1655개고, 사용하는 직장인은 15만6000명에 달합니다. 카카오페이지와 한국수출입은행, 애경산업, 현대오일뱅크과 같은 기업들이 사용 중입니다.

페이코 식권은 1100여 개 회사의 임직원 10만명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누적 거래금액은 1100억여원입니다. SK하이닉스, 한국은행, 넥슨, 성남시 등이 주요 고객처입니다. 특히 재택근무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습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등 5대 편의점에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코 식권은 넷마블, 엔씨소프트, 두산그룹, 한국은행 등 다양한 기업들로 고객사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모바일 식권 페이 이용 후기를 살펴보면 날씨가 좋지 않거나 업무로 바쁠 때 배달 시켜 먹기 편해 좋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식권 페이 업체는 고정매출을 꾸준히 올릴 수 있어 좋겠네요. 모바일 식권 업체가 기업과 한 번 계약하면 기업은 정해진 식대 예산에 따라 주기적으로 모바일 식권 업체를 통해 결제를 합니다. 이용자들이 모두 구매력을 갖춘 직장인이다 보니 매력적인 시장인 것이죠. 임직원 입장에서도 번거롭게 종이 쿠폰을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에 모바일 식권 페이를 선호할 수밖에 없겠네요.

페이코 식권. /NHN 제공
넷마블과 넷마블 계열사인 코웨이에서도 페이코 식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계열사를 포함한 넷마블 전체 임직원 5000여명은 서울 구로구 신사옥 G-Tower(지타워)에 있는 식당과 사내 카페, 구로디지털단지에 조성된 페이코 식권존에서 ‘페이코’ 앱을 활용해 간편하게 식대를 결제할 수 있습니다. ‘페이코 오더’를 통해 사내 카페에서 주문을 하면 대기 시간과 대면 접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2022년 3월 이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사내 카페 전체 주문이 약 70%나 늘었다고 합니다. 앱으로 미리 결제만 하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 주문도 덩달아 늘어난 셈이죠.

◇사내 복지 포인트에 관심 두는 간편결제 기업들

간편 결제 업계가 사내 복지 포인트 쪽에 손을 대는 이유가 있습니다. 국내 복지몰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 회계연도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를 보면, 상용근로자 1인당 월 평균 법정 외 복지 비용은 23만4000원입니다. 전국 상용근로자 수는 1500만명 이상입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복지 비용은 3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이 중 기성 복지몰 시장이 형성한 규모는 3조원가량으로 추산됩니다. 일정 수준의 임직원 숫자가 보장되어 있으니 간편 결제 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노리기 좋은 것입니다.

복지 포인트를 네이버 페이로 쓸 수 있는 복지대장. /벤디스 홈페이지 캡처
이런 흐름 때문인지 사내 복지 포인트를 간편 결제 페이로 바꿔주는 서비스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벤디스’가 그 예입니다. 벤디스는 개방형 복지몰 ‘복지대장’을 운영 중입니다. 벤디스는 이 서비스를 위해 네이버파이낸셜과 제휴했습니다. 기업 복지포인트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복지몰을 운영합니다.

이런 페이 시스템은 임직원 뿐 아니라 관리자 입장에서도 좋다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수기 신청이나 지급 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이용 회사 직원들은 “식대를 수기로 관리하는 방식이 관리자한테도 불편했는데 효율적으로 바뀌었다”거나 “월초나 월말에 반복되는 식대 정산 업무가 간소화되어서 좋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도 많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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