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사립대 붙은 20대 대학생이 현타 온 순간

수능이란 성인이 되는 관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열아홉 이 끝날 때까지 모두가 대학 하나만을 최우선으로 삼는 나라니까 영 그른 생각은 아닐 거다.

십 대들의 꿈이 거의 ‘수능 대박’ 한 가지로 꼽히는 현실을 구태여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나 아니어도 많이들 비판한다.

내가 아쉬웠던 건 대학에 가면서부터 어떤 현실을 맞이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거다.
좀 구차하고 찌질한 얘기라도 현실의 문제를 제대로 말해주는 어른이 있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모두들 대학만 가면 살도 쭉쭉 빠지고 캠퍼스의 수많은 이성 친구들 중 제법 말끔 하고 선한 사람이 저절로 내 짝이 될 것처럼 좋은 얘기만 했다.

아르바이트도 조금은 고되지만 그마저도 다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이고, 친구들과 떠나는 배낭여행은 평생의 추억이 된다고. 글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 모든 기쁨을 누리려면 현실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왜 단 한 사람도 말해주지 않은 건지 도통 까닭을 모르겠다. 심보 고약한 어른들 같으니라고.

나는 수능 100% 전형으로 우선선발됐다. 그 덕에 일반전형 입시 결과를 기다리는 친구들보다 조금 빨리 해방을 맞이할 수 있었다.

하루는 합격증을 출력해놓고 방에서 뒹굴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빠가 옷 입고 나오라고 했다. 따라간 곳은 은행.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나를 옆에 세워두고 뭔가 열심히 절차를 밟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를 데려왔으니 나와 관련된 일이겠거니 했다. 지금도 나는 그때 은행에서 정확히 무엇을 한 것인지 모른다. 확실한 건 그날 내가 공인인증서를 처음 발급받았다는 거다. 그다지 좋은 선생님은 못 되는 오빠가 집에 돌아와 대강 해준 설명은 이러했다.

‘너도 알다시피 너나 나나 사립대학에 다니는데 등록금이 어마어마하다, 부모님이 내줄 수 없으니까 한국장학재단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 네가 아무것도 모를 테니 이번에는 내가 도와줬지만 다음 학기부터는 네가 알아서 학자금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때 내가 얼마나 겁이 났는지는 아무도 모를 거다.

대출이라는 개념을 현실에서 접할 기회가 전혀 없던 내게 대학을 가려면 400만 원이라는 큰돈을 1년에 두 번씩 4년이나 대출받으라는 말은 가히 공포스럽게 들렸다.

조금은 억울하기까지 했다. 대학을 안 가면 안 된대서, 그것도 좋은 대학일수록 좋다고 해서 다른 생각은 안 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붙었더니 인제 와서 대학에 가려면 빚을 내라고?

그렇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세상에 나오다가 얼결에 나라에 빚을 지게 됐다. 빚은 이후로도 계속 졌다. 쭉. 아주 많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빚쟁이가 된 것도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였는데 경제적 형편의 차이라는 것을 처음 적나라하게 느낀 것도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인간은 본래 자기 본위로 생각한다고, 나는 내가 학자금대출을 받으며 충격을 받은 탓인지 무의식중에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하필 빵빵한 집안 자제들이 수두룩한 신촌의 사립대학에 입성한 탓에 내 예상과 동떨어진 냉혹한 현실을 예고 없이 겪어야 했다.

예를 들면 부촌으로 널리 알려진 동네에 사는 동갑내기 친구는 집이 너무 넓어서 가족들이 무전기를 사용한다고 했다. 또 누구는 전철을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다더라.

당시 나는 이미 충분히 기죽어 있는 상태였으므로, 무전기를 사용한다는 말에 “왜 핸드폰 두고 무전기를 따로 써?”라고 물어볼 정도의 위트를 발휘할 수 없었다. 다만 나의 대학생활에 이런 충격이 수없이 발생할 것이란 예감이 들었는데 대체로 이런 종류의 불행경보는 오작동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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