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고 나발이고…” 카카오 직원들이 뿔난 이유

카카오가 5월 30일 7월부터 메타버스 근무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카카오는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2월부터 원격근무를 해왔습니다. 근무방식 변화를 계기로 사내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CAC) 산하에 ‘공동체 일하는 방식 2.0 TF’를 신설하고, 원격근무에서 발전한 형태의 근무방식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왔습니다. 회사 측은 “지난 2년간 카카오 계열사들이 경험한 다양한 원격근무 사례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여러 차례 워크숍을 연 결과, ‘어디서’ 일하는지보다 ‘어떻게’ 일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근무방식에 대한 카카오의 고민의 결과가 메타버스 근무제라는 이야기죠.

카카오가 야심차게 준비한 메타버스 근무제는 뭘까요? 메타버스(Metaverse)란 가상, 초월 등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입니다. 현실과 같은 사회∙경제활동이 벌어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라 하죠. 카카오는 근무지와 상관없이 가상 공간에서 동료와 항상 연결된 상태로 온라인으로 가능한 모든 일을 하는 걸 메타버스 근무제라 이야기합니다. 문자, 음성, 영상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동료와 협업하죠.

그간 해왔던 원격근무와 다른 점은 뭘까요. 카카오는 “각자 선택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근무하되 음성채널에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소통하는 게 기존 원격근무와 달라지는 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카카오 제공

발표 직후 내부 반발 맞닥뜨려

메타버스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회사는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벤처스, 카카오브레인, 카카오스타일, 카카오스페이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페이, 카카오헬스케어, 크러스트 등 14곳입니다. 회사별 적용 시기와 도입 방식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카카오 주력 계열사가 모두 메타버스 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는 메타버스 근무제를 시행하기도 전에 직원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새로운 근무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연결을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 근무제가 크루(직원)들의 효율적인 업무를 돕고, 카카오 공동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원들은 남궁 대표가 말하는 연결에서 ‘음성채널에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소통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음성채널에 연결된다는 이야기는 직원이 일하고 있는 공간에서 나는 소리를 다른 동료들이 모두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직원이 언제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야 하죠.

내부에서는 음성채널을 활용한 소통이 직원 감시용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블라인드 같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도 카카오 직원들의 불만 글이 올라왔습니다. “지난 2년간 원격근무를 하면서 사측과 직원 사이에 신뢰가 쌓였는데도 회사가 음성으로 직원들을 감시하려 한다”, “메타버스 근무제는 판옵티콘(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고안한 원형 감옥) 근무제나 마찬가지”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반드시 일해야 한다는 코어 타임(core time) 규정도 논란을 불렀습니다. 그간 직원들은 원격근무를 할 때 한 달간 채워야 할 근무시간만 지키면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카카오는 메타버스 근무제 도입을 선언하면서 코어 타임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2년간 고민해 내놓은 근무제가 기존 원격근무제보다 퇴보했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사측은 메타버스 근무제 도입을 발표한지 하루 만인 5월 31일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남궁 대표는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코어 타임 규정을 재검토하고, 음성채널 연결을 통한 실시간 소통을 테스트한 뒤 조직별로 투표해 도입을 결정하겠다”고 했죠. 메타버스 근무제의 핵심이 음성을 활용한 실시간 소통이었는데요, 하루 만에 도입을 재검토하면서 카카오의 발표가 무색해졌습니다.

카카오의 메타버스 근무제를 두고 나온 불만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직원에 선택권 주거나 명품 의자 보내주기도

다른 IT(정보기술)기업의 원격근무 방식은 어떨까요. 카카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네이버도 7월부터 새로운 근무제를 도입합니다. 이름은 ‘커넥티드 워크(Connected Work)’라 지었습니다. 카카오처럼 네이버도 연결을 강조하는 모양새입니다.

네이버의 커넥티드 워크는 카카오의 메타버스 근무제와 다릅니다. 우선 직원이 주3일 출근하거나 전면 재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근무 형태를 ‘타입 O’와 ‘타입 R’로 구분하는데요, 타입 O를 선택하면 주3회 이상 사무실에 나와야 합니다. 일반 회사처럼 고정석에서 근무합니다. 타입 R은 원격근무를 뜻합니다. 사무실 업무가 필요하면 공용좌석을 예약할 수 있죠.

다만 팀워크를 위해 대면 업무를 아예 없애지는 않았습니다. 한 달에 한번은 부서원끼리 얼굴을 마주보고 대면 업무를 하기를 권고했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일의 본질에 집중해 직원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네이버의 커넥티드 워크에는 집중 근무 시간이나 음성을 활용한 실시간 소통 등의 규정이 없습니다. 카카오보다 더 큰 자율성을 부여한 거죠. 그래서인지 직원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재택이나 출근 여부를 직원이 6개월 단위로 선택할 수 있게 만든 것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죠.

허먼밀러 의자에 앉아 일하는 모습. /허먼밀러 인스타그램 캡처

재택근무하는 직원을 위해 100만원이 넘는 명품 의자를 집으로 보내주는 회사도 있습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버킷플레이스는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수준을 넘어 장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주3회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명품 브랜드 허먼밀러 의자를 직원들 집으로 보냈습니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일하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제약을 없애 업무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각자의 책임 하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일하게 하면 몰입과 휴식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버킷플레이스는 2022년 3월 기준 450여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100만원짜리 의자를 모든 직원에 보내줬다면 4억5000만원을 쓴 셈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지나면서 많은 기업이 사무실 복귀를 직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데요, 그 와중에 나온 IT 기업들의 재택근무 장려 정책이라 많은 직장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CCBB가 추천하는 글

»’발품’ 대신 ‘손품’..스타트업이 바꾼 부동산

»’한강뷰 아파트’ 보여 주고 3만8000원..참신한 부업의 세계

»3년 뒤면 하늘 나는 택시 탄다

»”5G 구현도 25%밖에 안 됐는데..” 인프라 없는 성급한 6G ‘욕심’

»10년 동안 국밥 2000원에 팔아온 이 집, 알고 보니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Leave a Comment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