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제이홉이 매일매일 발걸음 간다고 노래한 무등산 여행

무등산은 광주를 넘어선 호남의 심장

1박2일간 무등산권 여행코스 탐방

무등산 정상 천왕봉.

무등산은 호남 제일의 명산이다. 빛고을 광주광역시 어디서나 보이는 산이다. 광주를 연고로 한 프로야구팀 해태 왕조를 이끈 국보급 투수 선동렬의 선수 시절 별명이 ‘무등산 폭격기’였다. 아이돌 그룹을 넘어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한 BTS의 멤버 중 광주 태생 제이홉(본명 정호석)은 마 씨티(ma city)라는 곡에서 광주를 이렇게 노래했다.

“나 전라남도 광주 baby / 내 발걸음이 산으로 간대도 / 무등산 정상에 매일 매일 / 내 삶은 뜨겁지, 남쪽의 열기 / 이열치열 법칙 포기란 없지 / 나 KIA넣고 시동 걸어 미친 듯이 bounce / 오직 춤 하나로 가수란 큰 꿈을 키워 / 이젠 현실에서 음악과 무대 위에 뛰어 / 다 봤지 열정을 담았지 / 내 광주 호시기다 전국 팔도는 기어 / 날 볼라면 시간은 7시 모여 집합 / 모두다 눌러라 062-518”

무등산과 기아 타이거즈 야구팀, 7시 방향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광주광역시 지역번호 062와 5.18민주화 운동에 대한 자긍심까지 당당하게 노래했다.

무등산은 그냥 산이 아니라, 광주 혹은 호남의 심장이다.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한 무등산을 찾아 그 주변을 1박 2일 동안 둘러봤다. 첫날은 주변 여행지를 둘러봤고, 이튿날 본격 산행을 했다.

▷ 작은 마을서 도예체험

첫 날은 등산 외 일정으로 잡았다.

기왕 무등산 자락에 숙소를 잡기로 하고, 시간 내 온 길이니 일대 관광지를 둘러봤다. 국립공원공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무등산생태탐방원이 있는 무등산 평촌 반디마을에서 공예 체험을 했다. 이 지역에서는 조선시대 분청사기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평촌 반디마을 공예 체험.

처음이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은석 도예가는 물레질을 도와 세상 하나뿐인 도자기를 완성 시켜준다. 대개 밥그릇이나 막걸리 잔을 만든다. 여기에 흰색으로 멋을 내거나, 원하는 문구를 적을 수도 있다. 동행 한 명은 쌍둥이 아이 이름을 각각 정성스럽게 새겼다.

▷ 누정문화 중심에서 옛 선조 정취 음미

소쇄원.

소쇄원은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언급하고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소쇄원은 자연을 그대로 두고 그 주변으로 건물을 지은 특징이 있다. 건축주인 양상보는 중앙정치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소쇄처사’라고 칭할 정도로 소쇄원을 끔찍이 아꼈다. 양산보는 “어느 것 하나에도 내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으니 팔지도 말고 어리석은 후손에게 물려주지도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임진왜란때 불에 탔으나 이내 다시 지어졌다. 조선 후기 건축이 보존되어 있다. 역사적 가치와 건축적 특징을 굳이 일일이 학습하지 않더라도 그 곳에 가게 되면 옛 선조처럼 신선놀음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둥실 떠다니 흰구름 벗삼아 멍 때리다 보면 잠시 세상사나 근심걱정을 잊게 된다.

식영정

소새원 인근 식영정은 김성원이 1560년에 장인인 임억령을 위하여 지은 정자다. ‘그늘도 쉬어간다’는 의미를 담아 식영정이라 지었다.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을 지은 장소로 유명하다. 식영정 내부에는 시구가 걸려있다. 오늘날 래퍼가 라임에 맞춰서 랩을 뱉듯이 선비들은 각운에 맞게 시를 지으며 놀았다고 한다. 그 기록들이다. 식영정 바로 옆에는 김성원이 자신의 호를 따서 지은 서하당이 복원되어 있다.

▷ 광주호 품은 공원서 트레킹과 피크닉

광주호와 생태공원.

마을 몇 개가 사라졌다. 농업용수를 가두기 위해 댐을 건설한 이후 일이다. 커다란 광주호 주변으로 버드나무 숲이 우거지게 자라났다. 여러 논의가 오간 끝에 공원을 조성했다. 푸르른 공원에 입장해 거닐다 보면 흡사 “홀딱 벗고~”라고 외치는 듯한 검은등뻐꾸기 소리가 들려온다. 도롱뇽이 알을 낳을 정도로 깨끗하다. 가끔 살모사가 출현한다니 주위를 잘 둘러보며 걸어야 한다. 남쪽으로는 담양군과 둘레길을 이을 계획이다.

광주호 생태공원 도보다리. 남북 정상 대신 직장 선후배가 모델로 나섰다.

광주호생태공원 도보다리.

북쪽 방향으로 가면 남북정상회담 다리를 본떠 파란색을 칠한 다리가 있다. 2017년 사이 좋았던 남북 정상들처럼 벤치에 앉아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거나 다리 방향으로 서서 커플 사진을 찍어도 좋다.

무등산생태탐방원 피크닉 세트. 탐방원 직원 아이디어로 탄생한 피크닉 세트는 코로나 지나자마자 꽤 인기라고 한다.

중간에 생태탐방원에서 미리 챙겨온 피크닉 세트를 풀었다.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추억을 남길 수도 있었다.

▷ 옥상달빛 맞으며 식후 차담, 새소리가 깨우는 아침

생태탐방원에서 하루를 보낼 경우 밥먹고 후식으로 옥상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 번거롭게 준비물을 챙기지 않아도 탐바원에서 구입할 수 있어 편리했다. 탐방원 프로그램에서 내준 차는 네 종류였다. 차향이 짙어지고 밤이 깊어지니 어둠이 깔리면서 별빛이 내리기 시작했다. 차를 마신 후에는 무등산생태탐방원에서 취침했다. 4인실 중 복층 구조로 된 방은 다락방에 침대 세 개가 놓여있어 가족 여행객 혹은 삼삼오오 친구여행객에게 인기라고 탐방원 직원이 귀띔했다.

무등산생태탐방원
무등산생태탐방원 차담 프로그램.

여행 2일 차 아침 햇살에 앞서 지저귀는 새소리에 스르르 잠이 깼다. 생태탐방원 주변에 서식하는 새들이 시계 알람 소리처럼 장단을 넣어주니 사르르 눈을 뜨게 됐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찍 일어난 김에 공원 한 바퀴를 더 돌았다. 더없이 상쾌했다.

▷ 서석대, 입석대, 주상절리 무등산 산행

도립공원이었던 무등산은 201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광역시 이상의 행정구역 내 산 중에서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산은 무등산뿐이다. 용암이 폭발해서 굳은 산이라 신기한 기암괴석을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해안가에나 있을 법한 절벽이 산 중간에 뾰족하게 솟이있다. 서석대와 입석대로 대표되는 주상절리대가 상당히 이채롭다. 이 때문에 2018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세계 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에서는 3번째로 지정된 세계지질공원이다.

서석대.
입석대
장불재

서석대는 높이 1100m로 현재 무등산의 실질적인 정상이다. 정상부는 바로옆에 공군부대가 있어 아주 가끔 입장을 허용한다. 입석대는 높이 10∼15m의 돌기둥이 반달 모양으로 빽빽하게 서 있다. 다른 산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경관이다. 장불재는 무등산의 허리 역할을 한다. 서석대와 입석대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다. 세 곳을 둘러보고 힘을 내 규봉암까지 가보았다.

규봉암.

규봉암은 850m 높이로 화순 이서면에 있는 산속 암자다. 광석대라는 주상절리에 둘러싸여 있다. 화순 8경 중 하나이다. 스님께 양해를 구하고 탐방원에서 미리 구입한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가는 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무등산 같은 경우 스틱이 필수다. 스틱 하나가 몸무게 30kg을 줄여준다.

◇ 뭐 먹지?

전라도 음식은 대체로 거의 다 맛있다. 대표 음식을 특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상다리 부러지게 이것저것 차려주는 한정식이 대표격 음식이다. 투수로 치면 제구력도 구속도 우수한 선동열 같다. 굳이 속구를 고집할 이유도 없고, 변화구를 던지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냥 등판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 밥상이 바로 전라도 한정식이다.

담양 전통식당 한정식. 이걸 다 언제 먹을 수 있을까, 싶은데 먹다보면 빈 그릇이 속출하게 된다.

담양의 한정식 식당 전통식당에선 종업원 4명이 가득 차린 한 상을 들고 왔다. 끝이 아니었다. 다시 와서 몇 가지 음식을 더 놓고 갔다. 일일이 다 적기엔 종류가 너무 많다. 가시가 발라져 나온 보리 굴비는 적당히 윤기가 흘렀다.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고 흐물흐물하지도 않았다. 담양에서도 유명한 떡갈비는 말해 무엇할까. 씹는 맛이 고소하고 육즙도 감칠맛이 났다. 간장게장을 오도독오도독 씹어서 쪽쪽 빨아먹었다. 밥도둑이 따로 없었으며, 술을 부르는 안주였다.

환상의 단짝은 지역 술이다. 담양에는 대대포 막걸리가 있다. 부산에 있는 노을 멋진 해변인 다대포와는 한 획 차이다. 담양에서 키운 친환경 유기농쌀과 토종벌꿀을 사용해 장기저온발효한 막걸리다. 꿀 함량을 0.041%에 불과한데, 꿀맛이 은은하고 입에 착착 감긴다. 대대포 막걸리보다 전국적인 지명도는 떨어지나 무돌막걸리도 있다. 걸쭉하고 단맛이 강한 대개의 막걸리와는 다르게 떫은 맛이 강하다. 맑은 동동주로 판매하기도 한다. 단,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무등산 평촌마을 무돌쉼터 식당과 무돌산 청풍 무돌주막 등으로 많지 않다. 최근 들어서 광주 일부지역에 납품된다고 한다.

무돌막걸리와 대대포막걸리. 다음날 안전한 산행을 위해 절제가 필요했다.

증류주 애호가에게는 대통주를 추천한다. 대나무 고장 담양군 자락답게 대나무 통에 담근 술을 만들었다. 약간 미끌미끌한 식감과 첨가된 향이 특징이다. 그다지 높은 도수는 아닌데,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금세 취하는 앉은뱅이 술이다.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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