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팔아 140억원 벌었다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은 누구?

“대동강 물이 내 것이니 퍼 가려면 돈을 내시오.”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대동강 물을 팔아 돈을 벌었다는 봉이 김선달. 봉이 김선달은 조선 말기 평양에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전설의 인물입니다. 실존 인물인지 여부에 대해선 여러 주장들이 존재하지만, 어쨌든 이야기 속 김선달이 평범했던 인물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는 대동강 물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리 포섭한 물장수들에게 돈을 주고 이들이 물을 퍼가면 돈을 받았습니다. 이 모습을 본 상인들은 의아하게 생각했죠. 그러면서도 물장수들에게 태연히 돈을 받는 그를 보고 그가 진짜 대동강 물의 주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수천 냥의 돈을 주고 대동강 물의 소유권을 사들이는 말도 안 되는 거래를 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상인들은 물을 퍼가는 이들에게 돈을 받으려고 했지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요. 물값을 받으려던 상인들은 오히려 물장수들에게 매를 맞았다고 합니다.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김선달에게 돈을 준 상인들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요즘 시대에도 봉이 김선달처럼 장사를 해 큰 돈을 거머쥔 사람이 있습니다. 몇 해 전 달 소유권을 판매한 일로 화제를 모은 미국인 데니스 호프입니다. 그는 달을 판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무려 14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인 주인공입니다.

데니스 호프는 전직 복화술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자동차 판매원으로도 일했지만 1980년대 이혼과 실직이라는 인생의 큰 격랑을 겪으면서 앞날을 고민하기 시작했죠. 자동차에 앉아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그는 문득 달을 보고 달을 팔아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이것 역시 평범한 사람이 할 수있는 발상은 아니었죠.

그는 도서관에서 1967년 체결된 외기권 조약(Outer Space Treaty)을 찾았습니다. 이 조약은 달과 태양 등 우주의 어떤 것도 특정 국가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외기권 조약은 미국과 유럽 강대국들이 실제 사인을 한 정식 문서입니다. 이를 보고 그는 유엔 등 국제 기구에 자신이 달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도 소송을 걸어 달 소유권을 주장했습니다.

화성과 달의 소유권 증서. /달 대사관 페이스북 캡처

기가 차는 주장이었지만 의외로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그의 손을 일부 들어줬습니다. 외기권 조약 문서가 금지한 건 ‘국가의 소유’이지 ‘개인의 소유’까지 부정한 건 아니라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그는 ‘달 대사관(Lunar Embassy)’이라는 회사를 세워 달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은 1에이커(1200평)당 20달러(약 23만원) 정도였습니다. 계약자에게는 달 부동산에 대한 양도증명서와 지적도를 제공했습니다. 누가 달을 살까 싶었지만 미국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영화배우 톰 크루즈, 톰 행크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 미국의 유명 인사들이 달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죠.

달 소유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국내 연예인들./ MBC ‘서프라이즈’ 방송화면 캡처

우리나라 연예인들도 달나라 부동산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룹 젝스키스의 장수원이 팬클럽 회관을 짓겠다며 달에 토지를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수 강다니엘과 마마무 위너의 팬클럽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돈을 내고 달을 분양받은 것으로 전해졌죠. 강다니엘의 팬들이 그를 위해 사들인 달의 토지는 축구장 두 개 크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데니스 호프가 주장한 건 달 소유권뿐이 아닙니다. 그는 1997년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가 화성에 무인탐사선을 보내자 자신의 땅을 이용했으니 돈을 내라는 청구서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데니스 호프는 2005년 중국 베이징 법원으로부터 영업정지와 함께 5만 위안의 벌금을 맞기도 했지만 달을 비롯한 행성의 소유권을 팔아 벌어들인 돈만 1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달 판매로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 불리는 데니스 호프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다른 회사의 서비스의 특징을 이용해 장사를 벌여 ‘온라인판 봉이 김선달’이라는 말을 듣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 왓챠, 티빙, 디즈니플러스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 플랫폼 회사들의 1일 이용권(구독권)을 판매하는 P사입니다.

OTT 플랫폼들은 자사의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구독권을 월 단위로 판매합니다. 월 구독료는 1만원을 훌쩍 넘죠. 대신 OTT 플랫폼들은 구독 신청을 한 계정이라면 최대 4명까지 동시접속이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4인 가족이 월 1만5000원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 많은 사람들이 이 계정 공유를 통해 콘텐츠를 이용했죠. 하지만 단점도 있었습니다. 해당 OTT에 보고 싶은 콘텐츠가 한 두 개 정도밖에 없더라고 이를 보려면 한 달치를 결제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P사가 제공하고 있는 OTT 1일 이용권 서비스와 가격. /P사 홈페이지 캡처

P사는 바로 여기에 착안해 하루 400~600원에 판매하는 1일 이용권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소비자는 1일 이용권을 산 뒤 P사가 월 구독권을 끊은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아 입력하면 하루동안 OTT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월 결제액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저렴한 금액에 콘텐츠를 볼 수 있으니 이득이고, P사 입장에서는 한 계정당 최대 4명까지 일별 이용권을 팔아 돈을 벌 수 있으니 좋은 기회였죠.

P사의 서비스는 계정 공유가 가능하다는 OTT의 서비스 특성을 이용한 사업이었지만 OTT 입장에서는 월 결제 고객을 가로채는 일이었습니다. OTT 업계는 P사의 서비스는 명백한 약관 위반이라며 P사 측에 민·형사상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 증명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봉이 김선달은 자기 돈 한 푼을 들이지 않고도 대동강 물을 팔았지만 P사는 그래도 OTT 월 이용권은 구매했으니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는 걸까요. 어찌됐든 온라인판 봉이 김선달 사건이라는 이번 일이 어떻게 마무리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글 jobsN 고유선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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