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 중 한 명은 취업할 때 회사가 ‘이것’하는 지 본다는데…

세신과 재택근무 사이에서 찾은 의외의 공통점

세신(洗身)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세신은 쉽게 말해 때를 미는 것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많은 이들이 주말에 목욕탕을 찾아 세신을 받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남에게 내 벗은 몸을 맡긴다는 게 어쩐지 좀 꺼려지긴 하지만 한 번만 받아보면 창피함이나 부끄러움 따위는 잊고 몸을 맡긴다고들 하는데요. 그래서 ‘때밀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세신을 한 번도 안 받아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받아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진리처럼 여겨지기도 하죠.

코로나가 극심하던 시기 직장인들에게 세신 같은 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재택근무’였습니다. 세신 세계의 명언에 대입해 보면 단번에 이해가 갈 겁니다. 한 번도 재택근무를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으로 끝내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요. 그렇습니다. 출퇴근 지옥에서 벗어나 집에서 근무를 할 수 있는 재택근무는 직장인들에게 굉장히 달콤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재택근무를 하면 돈도 시간도 아낄 수 있었습니다. 교통비, 식비 등으로 하루 1만원 정도를 쓴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최소 20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었죠. 대부분 혼자서만 일하다 보니 업무 집중도도 효율도 높아졌습니다.

재택근무 경험해 본 직장인들 80% ‘만족’

한 회사원이 재택 근무 중 동료들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SBS 뉴스화면 캡처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재택근무를 경험해 본 근로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재택근무가 필요하다거나, 혹은 잘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0%를 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싶다고 밝힌 비율도 73% 수준이었습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20년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8%는 재택근무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로 재택근무의 혜택을 누리는 직장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컴퓨터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IT 개발자들이 많이 근무하는 회사들이 아니면 대부분이 대면근무로 전환했습니다. 재택근무의 단맛을 본 직장인들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일할 회사를 선택할 때 재택근무 여부를 중요하게 본다고 합니다. 월급은 많이 주는지 일은 내 적성에 맞는지 성장성이 있는 회사인지를 따졌던 과거보다 더 평가항목이 늘어난 것이죠.

취업할 회사 선택할 때 두 명 중 한 명은 재택근무 실시 여부 본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취업할 회사를 고를 때 재택근무 실시 여부를 본다고 답했습니다./ 사람인

취업포털 ‘사람인’은 2022년 5월 2일부터 16일까지 성인남녀 4534명을 대상으로 취업을 할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에 재택근무 여부가 있느냐는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6월 13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53.1%가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성별로는 여성의 58.7%가 재택근무 여부를 본다고 답해 46.7%의 응답률을 기록한 남성에 비해 재택근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업 기업을 선택할 때 재택근무 여부를 함께 고려한다고 답한 이유에 대해서는 ‘출퇴근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 61.1%(복수응답 가능)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다음은 ‘삶의 질이 높아져서(59.4%)’, ‘대면으로 인한 사람 스트레스가 적을 것 같아서(31.3%)’, ‘회사 문화가 합리적이고 유연할 것 같아서(29.4%)’, ‘아이 등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있어서(21.2%)’, ‘처우나 회사 인프라, 근무 환경도 좋을 것 같아서(21.1%)’ 등의 순이었습니다. 이를 조합해 보면 결국은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의 이미지가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직장인들에게도 재택근무 여부는 중요…출근하라고 했더니 ‘사표’ 내기도

회사의 재택근무 여부는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이미 직장에 다니고 있는 이들에게도 재택근무 여부는 이 회사를 더 다니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19년 구글에서 애플로 자리를 옮겨 머신러닝 총책임자로 근무했던 스타 개발자 이안 굿펠로우가 사무실 출근 일수를 늘려 나가겠다고 한 회사의 방침에 반발해 퇴사, 다시 구글로 자리를 옮긴 것입니다. 구글도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거든요.

아직 퇴사 러시(Rush)가 일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전기차 기업 테슬라 역시 재택근무 폐지로 수년간 많은 직원들이 퇴사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내가 공장에서 살다시피 하지 않았으면 테슬라는 일찍이 파산했을 것”이라며 직급이 높은 임직원일수록 사무실에 나와 존재감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를 두고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테슬라 본사 직원의 8~9%가 이번 정책에 반발해 퇴사할 수 있다”며 “향후 몇 년간은 직원의 20% 정도가 유연한 일자리를 찾아 떠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주 1회 출근+주 4회 재택근무’ 패키지 시행” 이제는 근무도 하이브리드식으로

회사는 출근을, 현 직원들을 비롯해 미래의 예비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원하는 현실 속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입니다. 쉽게 말해 두 주체의 바람을 적절히 섞는 것이죠.

거점오피스에서 자리를 배정받는 SK텔레콤 직원. /YTN News 유튜브 캡처

무조건 주 5일 동안 회사에 출근해 일하는 게 아닌 회사와 근로자가 일정을 협의해 근무지와 근무시간 등을 정하는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대면근무 전환으로 사무실 문을 열었지만 이를 불편해하는 직원들에게는 부분 재택 등 조정의 문을 열어뒀습니다. SK텔레콤은 서울과 일산, 분당 등에 거점형 오피스를 구축해 직장인들이 대면근무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출퇴근 문제를 일부 해결해 갈등을 줄였습니다. NHN클라우드는 주1회 사무실 출근과 주4일 재택근무 제도를 확정했습니다.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는 “주당 40시간 출근하지 않으면 퇴사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일방적으로 엄포를 놓은 일론 머스크의 방식보다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회사와 직원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니까요.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상황인 만큼 유능한 직원들을 놓치지 않으면서, 그들과 유연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경험까지 쌓을 수 있는 이런 제도들을 도입하는 회사가 많아진다면 모두가 웃으며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글 jobsN 고유선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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