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1명 늘때 비정규직 25명 늘어…현대차 연 10조 투자의 그늘

직원 늘었다지만 대부분 계약직
정년 마친 단기 촉탁 계약으로 미래 보장 없는 직원 많아

“2025년까지 국내 사업에 3년간 총 63조원을 투자하겠다.”

재계 3위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산 258조원에 57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거대 기업집단이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 지금의 5대 그룹 체제가 자리 잡은 이후 11년간 재계 2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2022년 처음으로 SK그룹에 역전당해 자존심을 구겼다. 만년 2위도 마뜩치 않은데 3위로 주저앉은 것이다. 반도체란 신무기를 장착한 SK의 맹추격을 뿌리치지 못한 결과다. 지난 1년간 현대차그룹의 자산은 약 12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SK그룹 자산은 52조원 불었다.

SK그룹에서는 SK하이닉스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산 증가분 52조원 가운데 21조원이 하이닉스가 벌어다 준 돈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자산은 맏형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50개가 넘는 계열사를 다 합쳐 1년간 11조761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의 연간 자산 증가액은 10년째 10조원대 초반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주력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선 전기차 전환 같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022년은 현대차그룹에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 후 함께 기자회견장에 들어오고 있다. /조선일보 유튜브 캡처

◇삼성은 5년간 8만명 뽑는다는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지난 2022년 5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은 3일 동안 머무르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로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숙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면담하는 등 재계 인사와 활발하게 소통했다. 삼성, 현대차, 한화 등 주요 기업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이후 연달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5월 24일 앞으로 5년간 국내 사업에 360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자동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를 통해 2025년까지 3년간 국내 사업에 6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차나 수소차 등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에 16조2000억원, 로보틱스 등 신기술 및 신사업에 8조9000억원을 쓴다고 했다. 내연기관차 등 기존 사업의 삼품성과 품질 향상에도 38조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삼성과 달리 현대차는 향후 고용 계획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9년 12월, 6개년 계획이 담긴 ‘2025 전략’을 내놓은 적이 있다. 연평균 약 10조원씩 투자해 미래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자동차 부문에서 영업이익률 8%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약 4%인 점유율을 5%대로 올린다고 약속했다. 2018년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5%였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약 4%였다. 2021년 영업이익률은 5.7%로, 3년 전보다 3.2%포인트 올랐다.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한다고 했다. 현대차는 2025 전략을 발표한 날 이사회를 열고 3000억원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기업이 시중에 풀린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든다. 그러면 기업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인 주당순이익(EPS·Earnings Per Share)이 오른다. 현대차는 2019년에 이어 2021년에도 5000억원 어치 자사주를 사들였다.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4개월간 주식 발행 총수의 1%에 해당하는 276만9388주를 취득했다. 하지만 2025 전략에서도 현대차의 구체적인 고용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공채 없애

현대자동차그룹은 10대 그룹에서 가장 먼저 정기 공채를 폐지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2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채용 방식을 상시 채용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그룹 측은 “연 2회 정기 공채로는 미래 산업 환경에 맞는 융합형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지원자 입장에서는 연중 지원할 수 있어 채용 기회가 늘어난 것이라 마찬가지”라 했다. 현대차그룹은 회사와 지원자 모두 윈윈(win-win)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자동차 본사 전경. /현대차 제공

상시 채용 전환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의 고용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우선 현대자동차는 지난 3년간 아쉽지 않은 실적을 냈다. 2018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매출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96조8126억원, 영업이익은 2조4221억원이었다. 2021년 매출은 117조6106억원, 영업이익 6조67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조원이 넘게 늘었고, 영업이익도 3배 가까이 올랐다. 직원 1인 평균 급여는 2018년 9200만원에서 2021년 9600만원으로 400만원 늘었다.

같은 기간 종업원 규모의 변화를 살펴보자. 2018년 현대자동차의 직원 수는 6만9402명이었다. 정규직이 6만5886명, 기간제근로자 등 비정규직이 3516명이었다. 2021년에는 정규직이 6만6002명, 비정규직이 5980명으로 총 7만1982명이었다. 정규직이 116명 늘어날 때 비정규직은 2500명 가까이 증가했다. 비정규직 증가분이 정규직보다 25배가량 큰 셈이다. 현대차 측은 이중 신규 채용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비정규직이 늘어난 건 촉탁 계약직을 더 뽑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생산직 직원이 정년을 맞아 퇴직한 뒤에도 기간제근로자로 일정 기간 일할 수 있는 시니어 촉탁제를 운영한다. 현대차 생산직은 평균 연령이 높다. 2022년에는 약 2600명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으며, 앞으로 5년간 1만3000명에 가까운 직원이 정년을 맞아 회사를 나간다. 현대차는 정년퇴직하는 직원에게 회사에서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촉탁제를 없애고 정년을 60세에서 61세로 연장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촉탁 계약직 때문에 현대차의 직원 수가 증가했다면, 정상적인 고용증가라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 촉탁 계약직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 또 정말 필요해서 뽑았다기 보다는 일종의 직원 복지 성격이 강하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차 고용이 늘어난 것을 숫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비정규직 증가분을 빼면 사실상 직원이 거의 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주요 계열사를 보면 기아 임직원 수는 2018년 3만5675명에서 2021년 3만5501명으로 3년간 170여명 줄었다. 이때 정규직은 3만5513명에서 3만4562명으로 49명 감소했고, 비정규직은 408명에서 939명으로 500명 넘게 증가했다. 현대로템 직원은 같은 기간 3616명에서 3444명으로 200명 정도 줄었다. 반대로 현대모비스는 2018년 1만13명에서 2021년 1만835명으로 약 800명 늘었다.

그룹 전체를 보면 임직원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CXO연구소가 6월 2일 발표한 2020~2021년 고용 변동 분석 결과를 보면 현대자동차그룹 종업원 수는 2020년 16만6925명에서 2021년 17만4962명으로 8027명 증가했다. 하지만 촉탁직을 포함한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을 생각하면 정규직 직원 수는 거의 변동이 없다고 봐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 제공

◇3년간 3만명 선발한다는 현대차

현대차 관계자는 “채용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구체적인 고용 계획을 발표하지 않는 이유는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사와 결이 맞는 인재라면 언제든 채용하기 때문에, 채용 규모를 미리 계획하고 뽑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가 고용 계획을 언급한 적이 없는 건 아니다. 2021년 11월 22일 정의선 회장은 정부와 청년희망ON 협약을 맺으면서 향후 3년간 3만명을 채용하기로 약속했다. 연평균 1만명씩 뽑겠다는 이야기다. 현대차그룹이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미래 사업인 로보틱스·도심항공모빌리티(UAM)·수소에너지·자율주행 등 신사업 분야에서 인재를 대규모로 선발한다고 했다. 또 인재 육성과 창업 지원을 통해 일자리 1만6000개도 창출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정 회장은 “일자리 창출은 당연한 의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 만든다는 일자리가 촉탁 같이 미래가 불투명한 일자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한국 경제의 새 성장동력이기를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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