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종양 발견..” 가망 없는 환자와 이야기하는 의사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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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데이비드를 아주 분명하게 기억한다.

첫 발작을 겪고 종양이 발견되었을 때 그는 30대 초반의 건장하고 잘나가는 경영 컨설턴트였다. 선량한 미소와 유머가 빛났던 데이비드는 아무리 암울해도 진실을 알고 싶어했는데 수술 후 3년 뒤 추적 스캔을 해보니 종양은 다시 자라 있었다. 그에게 이 종양으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정확하게 말한 것을 기억한다. 내 말을 묵묵히 듣던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지만 그는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10여 년의 세월 동안 몇 번의 수술을 더 받았던 데이비드와 그의 아내를 여느 환자들보다 잘 알게 되었는데 그들이 병을 견디는 방식을 보면 나 자신이 초라해지곤 했다. 어떻게 그들은 이런 불치병 앞에서 그토록 현실적이고 용감할 수 있었을까.

그날 갑작스런 마비 증세로 그가 다시 실려오자 해당 병원 의사가 나에게도 와주길 바란다는 연락을 했다. 낮게 가라앉은 기분으로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데 통로가 몇 킬로미터씩 이어지는 듯했다. 죽어가는 환자와 이야기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데이비드는 웃으며 나를 맞았지만 나는 내키지 않은 말을 해야 했기에 잠시 시간을 두고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내가 그랬죠. 항상 진실을 말하겠다고. 꽤 여러 해를 버텨왔는데…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끝난 것 같아요.”

데이비드는 느리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상황이 나쁘다는 건 저도 깨닫고 있었어요. 여러 가지… 정리할 것들이 있는데… 다행히… 다 끝냈어요…….”

우리 둘 다 그것이 마지막임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별다른 작별 인사는 차마 할 수 없었다. 병원 밖으로 나온 나는 어지러워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데이비드와 그의 가족이 내게 보여준 태도는 인생에 대한 예의 그 자체였다. 난 갑자기 꼭 해야 할 말이 생각나 데이비드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데이비드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화할 수 있어서….”

나라면 그렇게 의연할 수 있을까? 시커먼 아스팔트 주차장으로 걸어 나가며 나 자신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생각나지 않았다.

교통체증이 시작되자 난 갑자기 다른 차들을 향해 격하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 착하고 고귀한 남자가 목숨을 잃고 그의 아내가 혼자가 되고 아이들이 아빠 없이 살아야 하는 사실이 그 차들 잘못인 것처럼.

급기야 나는 고함을 지르며 머저리같이 주먹으로 운전대를 마구 내리쳤다. 그러다 의사로서의 초연함을 잃은 나 자신이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그가 보여준 평정심, 그의 가족들이 겪을 고통에 비해 내 괴로움은 한없이 저속하게만 느껴졌다.

정말 오랜만에 밤을 새워가며 읽은 훌륭한 책이다 .- 김대식(카이스트 교수)
어떤 의사도 털어놓지 않았던 환자, 삶, 죽음에 대한 솔직한 고백
🍃 삶의 마지막 순간 ‘멋진 삶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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