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이 고용한 ‘시급 130원’ 받는 직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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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은 운용자산(AUM)이 10조 원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털이다. 세쿼이아가 투자한 기업은 성공한다는 공식이 있을 정도로, 유망한 산업과 트렌드를 읽는 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쿼이아캐피털은 미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베이징 등 중화권에도 오피스를 내고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 등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그중 2005년 설립된 세쿼이아캐피털 차이나(红杉资本中国基金, Sequoia Capital China)는 중국 기업 및 외자 기업, 핀테크 분야 투자로 역시 업계 최고라고 인정받고 있다. 세쿼이아캐피털 차이나는 중국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美團), 글로벌 패스트패션 플랫폼 쉬인(SHEIN),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모터스(小鵬汽車),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iQIYI), 중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pony.ai(小马智行) 그리고 한국 기업 마켓컬리, 토스, 무신사에도 투자한 바있다.

이렇듯 산업, 트렌드를 먼저 읽어내며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세쿼이아캐피털 차이나가 다소 이색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 7월 11일, 가상 인간 직원 홍(Hóng)을 채용한 것.

세쿼이아캐피털 차이나뿐만 아니라 중국 내 투자 기관에서 가상 직원을 고용한 첫 사례라 일각에서는 ‘가상 직원에게 일자리를 뺏기는 거 아니냐’, ‘투자, 분석 업무를 가상 직원에게 맡겨도 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세쿼이아캐피털 차이나 위챗 공식 계정에 따르면, 홍이라 불리는 가상 인간 직원은 짧은 회갈색 머리에 세쿼이아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홍은 영상에서 “컴퓨터 공학부터 수학 통계학, 인공지능에서 뇌과학까지 깊이 탐구했다. 나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믿으며 동시에 모든 미지의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 투자는 내 깊은 탐구의 현시가 될 것이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세쿼이아캐피털 차이나의 가상 인간 직원 홍(Hóng)

홍은 1초에 수백 개의 사업 계획서를 읽고, 산업의 속성과 자금 조달 단계에 따른 정보를 추출하고 요약할 수 있다. 홍의 명목상 급여는 시간당 0.68위안(약 132원)이다. 세쿼이아캐피털 차이나가 게시한 소개 영상에 따르면, 홍은 기술, 의료, 소비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홍은 콘텐츠 제작을 비롯해, 투자 관련 업무를 지원할 예정이다. 각종 학계 및 산업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는 가상 인간이 투자를 위한 작업에 얼마나 깊이 침투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살핀다.

가상 인간 직원이 진짜 직원들 제치고 ‘최우수 직원상’ 받는 시대

작년 말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완커(万科, Vanke)의 회장 위량(郁亮)은 그해 신입 직원이었던 추이샤오판(崔筱盼)을 SNS에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추이샤오판이 촉구한 선불 미수금, 연체 문서의 상각률(손실처리율)이 91.44%에 달했기 때문이다. 추이샤오판은 시스템 알고리즘을 활용해 미수금 및 연체 알림, 비정상적인 작업을 감지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사람보다 빠른 시간 내에 문제 해결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추이샤오판이 입사한 후 알림을 보낸 문서의 경우 기존 알림 시스템보다 7배나 많은 회신을 받았다고. 재무 및 위험 관리 파트에서 근무하는 이 가상 인간 직원은 2022년 1월 열린 ‘올해의 최고 신입사원상’을 수상했다.

추이샤오판은 2021년 2월 1일, 완커그룹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가상 인간은 이미 자동차, 은행, 증권 및 기타 산업의 유명 회사에서 채용된 바 있다. 중국 최대 통신 업체 화웨이는 가상 직원 윤셍을, 상하이 푸파은행은 가상 직원 샤오푸(小浦)를 채용했고 라이브 커머스 업계에는 가상 인간 관샤오팡(關小芳)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중국 스타트업 란마이 테크놀로지(燃麦科技)가 만든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 아야이(AYAYI)는 샤오훙슈, 더우인(틱톡), 웨이보에서 활약하다, 지난해 알리바바의 첫 가상 인간 직원으로 입사해 주목을 받았다.

란마이 테크놀로지(燃麦科技)가 만든 중국의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아야이(AYAYI)

인기 아이돌 만들어 드립니다” 中, ‘가상인간 소속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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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매체 제멘(界面)신문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중국 가상 인간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는 16건으로 2020년 동기 대비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에도 그 인기는 계속되고 있으며, 2022년 1월에만 가상 인간 분야 누적 자금 조달액이 4억 위안(약 778억 원)을 돌파했다.

관련 산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중국 가상 인간의 핵심 시장 규모는 62억 2000만 위안(약 1조 2092억 원)으로, 산업 시장 규모는 1074억 9000만 위안(약 20조 897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2025년에는 각각의 시장 규모가 480억 6000만 위안(약 9조 3433억 원)과 6402억 7000만 위안(약 124조 4748억 원)으로 대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쿼이아차이나 역시 이미 가상 인간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세쿼이아는 올해 초부터 가상 디지털 이미지 개발사 마인드 유니버스(Mind Universe), 가상 인간 플랫폼 기업 모파 테크놀로지(Mofa Technology), 가상 인간 기술 기업 잉무테크놀로지(Yingmu Technology), 가상 인간 생태 기업 넥스트 월드 컬처(Next World Culture)에 차례로 투자했다. 모파테크놀로지의 경우 3D 애니메이션 제작 분야에 특화돼 있는데, 세쿼이아로부터 3번의 추가 투자 이후 유니콘의 대열에 진입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가상 인간 트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과열과 더불어 심각한 거품이 있고 사업 경로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기술 발달로 가상 인간의 인터렉션 기능과 모델링의 정밀도가 높아지며 실제 인간과 유사한 수준까지 발전하며, 산업 각 분야에서의 활용도와 상업적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외면할 수 없다.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 등 디지털 세계와 가까운 MZ 세대가 이끄는 소비 시장에서 가상 인간의 역할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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