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틱톡’이 아마존보다 책을 더 잘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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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1995년 도서 판매 웹사이트에서 출발해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로 성장했다. 지금도 아마존은 출판사이면서 가장 큰 서점이기도 하다.

지난 10년 동안 전자책은 전통적인 출판 산업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아마존은 현재 전자책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며 전통 출판업계의 위협이자 생태계 교란의 주축으로 꼽힌다. 서점에 가지 않아도 언제든 모바일, 북 리더기로 e-book을 결제해 바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자, 종이책 출판업자들은 수익 창출에 대한 압박을 더 크게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빅테크 기업의 출판 업계 진출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미국 도서출판업계는 아마존을 출판계 악당이라고 맹비난한 것과 달리 틱톡에 유례없는 환영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2020년, 틱톡에는 책을 주제로 한 유저 커뮤니티인 북톡이 형성됐다. 별다른 서비스를 설치할 필요 없이 틱톡 내에서 #booktok을 검색하면 책 추천, 서평, 고전 시리즈 수집, 책 리뷰 등 애독자들의 콘텐츠가 쭉 나열된다. 현재까지 북톡 관련 영상 조회수는 630억 회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즈, 파이낸셜타임즈, 가디언, 퍼블리셔스 위클리 및 기타 많은 외국 언론과 출판 업계의 권위 있는 잡지는 기사에서 “북톡(BookTok) 해시태그가 2021년에만 작가들이 2000만 권의 책을 판매하도록 도왔으며, 특히 독자가 발견하지 못한 명작을 베스트셀러에 역주행 시키는 등 독자와 출판사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출판 통계 기관인 NPD 북스의 사업 개발팀 담당자 크리스틴 맥클린(Christine McLean) 또한 핀완과의 인터뷰에서 “틱톡은 도서 업계에 참신한 존재로 등장해, 시장의 진정한 기둥으로 변모했다”며 틱톡의 존재감과 새로운 역할에 대해 평가한 바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자책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출판 산업의 중추다. 15세기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한 이래로 수 세기 동안 출판 산업이 이어져오며, 이들은 출판 업계의 선순환을 위한 모델을 구축했다. 그러나 아마존의 전자책 판매는 출판업계의 오랜 규칙을 깨고 가격 후려치기(최저가) 전략으로 고객을 가둬버리는 방식을 택해 작가, 출판사에 위협을 가했다.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의 레나 칸(Lena Khan) 의장은 “아마존은 소비자에게 킨들 전자책 리더기를 구매하도록 장려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해 출판 산업을 위기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전자책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장악했으며 이는 출판사가 아마존이 제시한 조건을 수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해, 오랫동안 보조금을 통해 이어온 비즈니스 모델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대통령 직속의 독립 행정기관. 독점을 규제하고 공정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설치된 미국의 독립규제위원회를 말한다.

미국 도서 출판 업계는 아마존의 포위와 억압에 지속적으로 저항해왔다. 아마존이 출판한 책의 서점 판매를 거부하거나 아마존에서 출판한 오디오북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 매체 더 버지(The Verge)가 2019년 8월 23일, 세계 최대의 서적 출판사 중 일부가 아마존 소유의 세계 최대의 디지털 오디오북 회사인 오더블(Audible)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2014년 뉴욕타임즈는 900명의 작가가 출판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아마존을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2014년에는 900명이 넘는 작가들이 작가 길드를 결성해 책 출판 업계에서 아마존의 약탈 행위를 규탄하는 서한을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에 게재했다. 당시 아마존과 미국 최대 출판사 중 하나인 아셰트 출판그룹(Hachette Group)이 전자책 가격 합의에 실패한 후였다. 당시 아마존은 전자책 판매 가격을 9.99달러 이하로, 아셰트는 12.99~14.99달러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협상이 길어지자, 아마존은 출간 예정 도서에 대한 사전 예약 버튼을 제거하고, 아셰트의 책 배송을 고의적으로 지연, 일부 책에 대한 검색 결과를 삭제해 논란이 됐다. 또, 아마존은 작가들에게 ‘분쟁 기간 중 아셰트 전자책 판매금액 전액을 작가들에게 지불하겠다”고 선언하며 작가를 회유하고자 했으나 이 제안을 작가 길드가 공식적으로 거부하며 실행되지는 않았다. 이후 몇 차례의 협상 끝에 아마존과 아셰트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이후로도 ‘아마존의 도서 출판 산업 침해’라는 주제로 보도가 끊이지 않았고, 아마존은 미국 내 여러 출판 업계 단체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했다.

아마존이 받은 ‘냉담한 반응’과 달리, 출판업계는 틱톡을 책 홍보를 위한 중요한 채널로 여기고 있다. 아마존과 틱톡 모두 온라인 플랫폼이지만, 아마존의 적극적인 ‘전자책’ 홍보와 달리 틱톡에서는 ‘종이책’이 주류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올해 6월, 책장에 가지런히 정리된 책을 자랑하거나, 책 언박싱, 책 속 캐릭터를 연기하며 종이책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는 북톡 영상을 통해 종이책에 대한 매력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도 감명 깊은 문장을 읽거나 책을 읽으며 리액션 동영상을 찍는 등 책을 소재로 한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가 북톡 해시태그를 달고 업로드됐다.

종이책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정은 데이터에 생생하게 반영돼 있다. 미국 서적 관련 데이터 서비스 NPD북스캔(NPD BookScan, 이하 NPD)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는 8억 2500만 권의 종이책이 판매됐으며, 이는 2004년 NPD가 도서 데이터를 추적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종이책이 팔린 해였다. 관련 데이터 분석가들은 젊은 세대가 소셜 플랫폼(SNS)에 게시한 책 관련 정보가 이 엄청난 숫자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봤다.

영국출판협회(British Publishers Association)의 스테판 로딩가(Stephen Lodinga) CEO는 “팬데믹 이후 틱톡 내에서 많은 유기적 상호작용이 있었다”며, “틱톡을 통해 좋아하는 책을 읽고, 추천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책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판매도 덩달아 많아졌다”고 말했다. 출판사에서 일반적으로 신간 출시나 책을 홍보할 때 추진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모델이 형성된 것이다.

미국 전자 출판 애널리스트이자 도서 컨설턴트인 사드 마크로이(Thad Markroy)는 “북톡의 인기 원작은 대부분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이었는데, 현재는 이러한 경향이 성인 픽션과 논픽션 범주로 퍼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틱톡의 파급력은 대단하다. 도나 타트(Donna Tartt)의 소설 ‘시크릿 히스토리The Secret History는 틱톡 내 관련 동영상 조회수가 1억 회에 달한다. 2014년에 도나 타트가 퓰리처상 소설 부문 수상자가 됐을 때보다 더 많이 언급됐다. 2011년 출간된 매들린 밀러(Madeline Miller)의 장편 소설 ‘아킬레우스의 노래The Song of Achilles의 경우 출간 이후 10년 간 판매량이 많지 않았으나, 틱톡에서 재조명된 뒤 일주일에 1만 부씩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21주 연속 1위에 오르는 ‘역주행의 신화’를 썼다. 2017년 출판된 E. 록하트의 장편 소설 ‘우리는 거짓말쟁이We Were Liars 또한 틱톡 입소문으로 4년 만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미국 최대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은 ‘북톡(BookTok)’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온오프라인 매장에 북톡 차트를 따로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 며칠 전 반스앤노블와 틱톡은 독자들이 틱톡에서 좋은 책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두 달간 여름 독서 챌린지 #BookTokChallenge를 시작했다. 반스앤노블스의 관계자는 “이제 거의 모든 서점에 북톡의 인기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다”며 “북톡은 출범한 지 2년이 채 안 됐지만 출판계 전체를 휩쓸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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