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은 가을 색이 짙은 도시입니다. 갈대가 노랗게 익고, 단풍이 울긋불긋 지며, 노을이 노랗게 물드는 그런 갈색빛이 아름다운 도시죠. 순천의 70%가 산지일 정도로 전라남도에서는 가장 많은 산을 보유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가을이 얼마나 예쁠까요! 하지만 이번에 찾은 계절은 가을이 아닙니다. 가을만 알기엔 아쉬움이 크죠. 걸을 때마다 더워서 땀이 삐질삐질 흐르지만, 시원하게 뻗은 초록은 두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기 충분합니다. 하루가 바쁠 정도로 할 거리가 많은 도시. 우리나라 제1호 국가 정원, 국내 최대 규모의 영화, 드라마 세트장, 썰물 땐 갯벌이 훤히 드러나는 시원한 바다와 곡선이 아름다운 사찰까지. 할 일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한적하고 고요한 곳이라면 뚜벅이로 타박타박 가기 어렵기 마련인데 순천은 뚜벅이 여행자에게도 넉넉한 마음을 건넵니다. 1박 2일이라면 뚜벅이도 충분히 다양한 곳을 갈 수 있다는 말씀.
그럼 순천으로 떠나볼까요? 참고로 위 사진은 순천 드라마 세트장입니다.



01. 순천만 국가 정원
순천에서의 첫 번째 목적지는 역시 순천만 국가 정원입니다. 어느 계절에 가도 어여쁜 꽃이 피는 곳이죠. 2013년 순천에서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순천만 국가 정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지정된 제1호 국가 정원입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440만 명이 순천을 찾았죠. 처음 순천만 국가 정원에 방문했을 당시 큰 규모에 놀라고, 또 그만큼 볼거리가 넘쳐나는 것에 놀랐습니다. 꽃이 넘쳐나고 아름다운 정원이 넘쳐났죠. 꽃 냄새에 취하며 걷다 보면 다리가 아파지기 시작합니다.
“버스 타고 다니자.” 지금도 그렇지만 순천만 국가 정원을 돌아다니는 버스가 있습니다. 그 버스를 타면 핵심 정원을 탁탁 살펴볼 수 있죠. 동천을 사이에 두고 동과 서로 나뉘고, 봉화 언덕을 포함해 12개국 정원이 있는데 군데군데 숨어 있는 순천만 국가 정원을 다 둘러보기 위해서는 하루가 바쁩니다. 핵심 지역만 보더라도 반나절이 걸리죠. 그만큼 넓다는 뜻입니다. 순천만 국가 정원에 왔다면 연계로 함께 가볼 만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순천만 습지. 여기서 순천만 습지로 가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스카이 큐브를 타고 휙 가다 보면 순천만 습지가 나오죠.
위치. 전라남도 순천시 국가정원1호길 47
영업시간. 오전 8시 30분 ~ 오후 8시 (오후 7시에 영업 종료)
입장료. 성인 8,000원, 청소년/군인 6,000원, 어린이 4,000원


02. 순천 드라마 촬영장
요즘은 여행에서 인물 사진을 빼놓고 말하기 힘들죠? 순천에는 대놓고 사진 찍고 가라고 손짓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2006년 2월에 개장한 국내 최대 규모의 영화, 드라마 세트장입니다. 1960년 순천 읍내 거리, 1970년 서울 복천동 달동네, 1980년 서울 변두리 거리를 재현해 볼거리가 쏠쏠한 이곳은 본래 옛 육군 95연대 5대대 부지였다고 합니다. 이 부지가 이전하면서 이 공간을 활용한 방안을 찾던 순천시에서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오픈 세트장을 유치하면서 형성된 곳이 바로 이곳 순천 드라마 촬영장입니다. 물론 주차비와 입장료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 비싸지 않기 때문에 순천에 왔다면 둘러보기 좋은 곳이죠.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체험이 있습니다. 바로 저렴한 가격(3,000원)으로 할 수 있는 교복 체험입니다. 교복으로 갈아입고 세트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 찍기에도 좋은 곳. 교복의 종류도 꽤 다양한 편. 아쉬운 건 빌리는 소품 하나 당 천 원이라는 점. 그래도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중년층에겐 오래전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는 추억을 선사해 주고, 아이들에겐 드라마 속 세트장을 구경하며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죠.
위치. 전라남도 순천시 비례골길 24
영업시간. 매일 오전 9시 ~ 오후 6시 (오후 5시까지 입장 가능) (연중무휴)
입장료.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03. 와온해변
이번에 순천만 습지 대신 선택한 곳은 해변입니다. 순천에는 해변으로 유명한 곳이 두 곳이 있습니다. 일출 맛집으로 불리는 화포해변과 일몰 맛집으로 불리는 와온해변. 그중 우리가 선택한 곳은 노을 질 무렵이 가장 아름답다는 와온해변입니다. 와온해변은 순천만의 동쪽 끄트머리인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 와온마을 앞바다를 일컫습니다. 해변 길이만 하더라도 무려 3km에 달하기 때문에 드라이브 코스로도 딱인 곳이죠. 물론 이곳은 그냥 바다가 아닙니다. 첨벙첨벙 헤엄치기 좋은 곳이 아니라 갯벌이 훤히 드러나는 곳이라는 말씀.
이곳의 이름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 스님이 인근 산봉우리에 있는 바위를 보고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산 아래로 따뜻한 물이 흐른다고 하여 와온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누울 와, 따뜻할 온의 뜻을 지닌 와온해변. 순천만 습지와 유사한 생태를 가지고 있는 와온해변은 밀물 때는 파도가 밀려오고, 썰물 땐 드넓은 갯벌이 드러나 좁고 구불구불한 물길이 생기는 예쁜 해변이죠. 물론 제가 방문한 날에는 일몰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 대신 물기 가득한 갯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가요? 아름답죠?
위치. 전라남도 순천시 해룡면 와온길 133 와온관광문화관

04. 선암사
벚꽃이 피는 봄부터 오고 싶어 저장해둔 곳인데 여름에서야 찾아왔습니다. 물론 매화가 피는 봄과 단풍이 울긋불긋 지는 가을이 더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이지만, 여름은 또 여름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물론 선암사는 다른 곳과는 달리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곳이지만, 버스 정류장이 있기 때문에 뚜벅이 여행자도 올 수 있는 곳입니다. 조계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선암사는 국내 불교 양대 종파 중 하나인 태고종의 본산으로, 송광사와 함께 순천을 대표하는 사찰입니다. 삼국시대 신라 시기의 사찰로 2009년 12월 사적 제507호로 지정되었으며,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죠. 정호승 시인은 선암사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선암사에선 꽃 그리고 해우소만 유명한 것은 아닙니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졸졸 흐르는 계곡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곁에는 타박타박 걷기 좋은 짙은 숲이 자리하고 있죠. 햇살이 빼꼼 얼굴을 내밀기도 어려울 정도로 깊은 숲, 비 온 다음이라 더욱더 짙어진 숲 내음을 맡으며 안으로 들어가면 조선시대 만들어진 아름다운 아치형 석교인 승선교가 보입니다. 이 승선교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다리로 하단부에서부터 곡선을 그려 전체의 모양을 완전히 반원형을 이루고 있는 독특한 다리죠. 선교사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무지개다리 중 가장 자연스럽고 우아하다는 평을 받는 다리입니다. 게다가 튼튼하기까지 합니다! 기저부에는 자연 암반으로 되어 있어 급류에도 휩쓸릴 염려가 없는 견고한 교량입니다.
위치.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입장료. 어른 3,000원, 청소년 1,500원, 초등학생 1,000원

05. 낙안읍성
마지막 여행지는 낙안읍성입니다. 순천시 낙안면에 자리한 조선시대 읍성이라고 해서 이곳을 낙안읍성이라 부르죠.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읍성의 공간구조 및 경관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실제 조선 전기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읍성이라고 합니다. 낙안읍성은 대체로 평지로 이뤄져 있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데 이곳의 진가는 성 위에서 마을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현대식 건물 하나 없는 넓고 넓은 마을을 감싸고 있는 성은 조선 태조 6년에 왜구가 침입하자 이 고장 출신인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키고, 방어하기 위해 처음 토성으로 쌓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 1424년부터 여러 해에 걸쳐 돌로 다시 성을 쌓아 가며 규모를 넓혔다고 하죠. 현재 낙안읍성 마을에는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주거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일부는 실제 주거 공간으로, 일부는 하루 정도 낙안읍성의 매력을 듬뿍 만끽할 수 있는 민박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위치.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평촌리 6-4
영업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2월~4월, 10월)/
오전 9시 ~ 오후 6시 30분 (5월~9월)/
오전 9시 ~ 오후 5시(1월, 11월, 12월)
입장료. 성인 4,0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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