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당근 아닌 ‘이것’ 써요”..어른들은 모르는 10대 앱

0

30대 여성 함모씨는 얼마 전 설 명절에 스무 살짜리 사촌동생과 얘기하다 새삼 세대 차이를 느꼈다. 사촌동생 스마트폰에 깔린 어플리케이션(앱)들이 함씨에게 다소 생소해서였다.

함씨가 쇼핑할 때 쿠팡이나 마켓컬리를 애용한다면, 사촌동생은 아이디어스에서 소품을 사고 지그재그나 브랜디에서 옷을 산다고 했다. 아이디어스는 수제로 만든 물건을 생산자가 직접 파는 플랫폼이고, 지그재그는 동대문 의류를 판매하는 쇼핑몰을 기반으로 성장한 플랫폼이다.

세대 격차가 스마트폰 액정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령대 별로 쓰는 플랫폼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2021년 12월 우리나라 만 1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했더니 이러한 경향성이 두드러졌다. 1020이 많이 쓰는 앱들을 보면 그들의 소통법이나 소비 패턴이 읽힌다.

◇메신저만 봐도 세대가 보인다

메신저 앱으로 10대 청소년은 페메(페이스북 메신저)를 쓰고, 30대는 카톡(카카오톡), 50대는 네이버 밴드를 선호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카톡의 메신저 독주 체제는 적어도 1020에겐 예외다.

10대 청소년은 페메를, 20대 대학생은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또래 집단에서 연락 수단으로 쓴다. 가족 단체 채팅방에서 얘기하거나 조별 모임을 할 때 정도만 카톡을 이용하는 1020이 많다.

이들은 “친구가 SNS에 접속해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편하다”고 한다. 페메든 DM이든 친구가 앱에 접속해 있으면 ‘활동 중’이라는 표시가 뜬다. 현재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말을 걸기 편하다는 것이다.

한 20대 대학생은 “인스타그램을 맛집 검색 등 정보를 찾기 위해서도 많이 이용한다”며 “그렇게 찾은 정보를 메시지로 바로 공유하거나 댓글창에 친구를 태그할 수 있기 때문에 친구들과는 주로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한다”고 했다.

20대가 인스타그램을 SNS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메신저로 쓰는 것과 달리 청소년들은 페이스북을 SNS로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 메신저 기능만 쏙 빼내어 쓰는 편이다. 한 청소년은 “페메에는 어른들이 없어 우리끼리 얘기한다는 느낌이 좋다”며 “요즘엔 유튜브를 통해서도 얘기를 많이 나눈다”고 했다. 성인들이 유튜브 계정이 있어도 대부분 시청만 하는 데 비해 청소년들은 자신이 계정을 운영하고 영상 밑 댓글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눈다는 뜻이다.

이용자 절대 다수가 10대 청소년인 앱 제페토. 여러 기업들이 잠재 고객을 잡기 위해 제페토와 협업을 시도한다. /삼성전자 제공

◇중고 신발 살 때 당근마켓 말고 ‘이 앱’ 쓴다는데

1020이 쓰는 쇼핑 앱은 개별화가 특징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 앱 쿠팡은 자잘한 생활용품에서 의류, 전자제품, 가구까지 총망라한다.

1020은 더 세분화한 쇼핑 정보를 원한다. 생활용품은 오늘의집에서 사고, 옷은 남성 전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에서 사는 식이다. 무신사 이용자의 약 60%가 1020 세대인데 이들의 힘을 입어 업계 1위가 됐다.

1020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패션 앱 브랜디도 인기다. 이 회사는 남성 전용 패션 앱 하이버도 운영하고 있다.

당근마켓이 전 국민 중고 거래 장터로 쓰이는 사이 1020 사이에서는 번개장터가 떴다. 번개장터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이들 세대다. 그래서인지 중고 스마트폰, 게임기, 스니커즈, 연예인 굿즈 등의 품목이 많다. 이런 품목이 많아서 1020이 유입되는 순환이 일어난다. 운동화에 관심이 많은 한 20대 이용자는 “한정판 신발을 구할 때는 번개장터부터 먼저 검색하고 당근(마켓)에 들어가 본다”고 했다.

◇1020 선택을 받아야 뜬다…기업들도 러브콜

1020이 구매력 없는 소비자라는 건 옛말이다. 1020의 ‘선택’을 받아야 앱도 뜬다. 10초 내외의 짧은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은 전 세계 1020의 지지를 받으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각종 기업체에서는 이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뿐 아니라 틱톡도 주요 마케팅 채널로 이용하고 있다. 틱톡에서 음식 관련 콘텐츠를 모은 해시태그 ‘#foodtok(푸드톡)’이 인기를 끌자 미국에선 그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까지 생겼다.

디지털화에 사활을 건 금융권에서도 1020을 노랜 앱을 별도로 제작하고 있다. 아직 자산이 많지 않지만 금융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이들 이용자가 든든한 기반이 될 거라는 예상이다.

KB국민은행은 1020 전용 뱅킹앱은 ‘리브 넥스트’를 선보이고 인공지능(AI) 기능까지 넣었다. 입금 계좌 별명 등을 입력해놓으면 대화를 통해 계좌 이체도 가능하다. 신한은행도 20대 이용자에 특화한 금융 브랜드 ‘헤이영(Hey Young)’을 최근 출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1020이 소득이 높지는 않지만 소득 대비 지출이 큰 편이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앱으로 이용자를 묶어두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메타버스 시대를 앞두고 대비하려는 차원도 있다. 30대 이상에게 메타버스는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이지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10대들이 많다. 그들에게 메타버스는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제페토 이용자 중 10대 비중이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장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몰라도, 메타버스 시대가 펼쳐진다면 지금의 1020이 가장 적극적인 소비자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들 미래 고객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각각 제페토에 서비스를 출시했다.

KB국민은행이 1020을 겨냥해 내놓은 AI 뱅킹 서비스. /KB국민은행 제공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보편화하면서 쇼핑 앱도 춘추전국 시대를 맞았다. 요즘엔 여러 분야 제품을 종합적으로 판매하는 곳보다 패션, 식품, 인테리어 등 특정 상품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쇼핑 앱이 대세이다. 이런 곳들을 버티컬 커머스(vertical commerce)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식품은 마켓컬리, 인테리어는 오늘의 집이 대표적이다. 이들 앱처럼 특정 제품군에서 독보적으로 1위를 하는 플랫폼은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글 jobsN 유소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CCBB가 추천하는 글

»아마존의 역행?…남들 접는다는 오프라인 매장 내는 이유는

»군대 간 박보검, 이발사 자격증 취득…나도 도전?

»워라밸 좋고, 연봉도 높은 공기업 초봉 1위는?

»마트에서 마일리지 쓰면 손해?…줄어드는 혜택, 복잡해진 계산법

»10명도 안 되는 전통 악기 ‘비파’ 연주자의 꿈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Leave a Comment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

금주 BEST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