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힐 뻔한 ‘계곡살인사건’ 막은 이 사람들..SIU 정체는?

계곡 살인 숨은 공신 보험 사기 특별조사조직(SIU)
보험 사기 전담∙대응 위해 경찰 출신 등으로 구성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의 한 계곡에서 남편 A씨를 살해한 일명 ‘계곡 살인’의 피의자 이은해(31)씨와 공범 조현수(31)씨가 2022년 4월 16일 검거됐다. 이들은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수영을 못하는 이씨의 남편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평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사진 오른쪽)씨와 공범 조현수씨.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캡처
경찰은 당시 이 사건을 단순 변사 사고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런데 보험사기를 의심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지연, 거부했고 이 씨가 2020년 3월 방송사 등 여러 곳에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지 않는다고 제보하면서 수상한 덜미가 잡혔다.

자칫 묻힐 뻔했던 계곡 살인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과정엔 보험사기를 의심한 보험사의 활약이 있었다. 보험사에는 보험사기를 전담해 대응하는 특별조사조직(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이 있다. 이들은 이씨 남편의 죽음이 단순 변사가 아니라 타살이라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계곡 살인 사건을 계기로 주목 받고 있는 보험사기 특별조사조직에 대해 알아봤다.

◇늘어나는 보험사기 전담반

계곡 살인 피의자 이 씨는 남편이 사망한 지 5개월이 지난 2019년 말,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다. 이 씨는 2017년 3월 혼인신고를 한 후 남편 A씨 명의로 생명보험 4건에 가입했다. 종신보험 보험료만 월 70만원, 남편 A씨가 사망했을 때 받는 보험금은 8억원이었다.

A씨의 사망시점은 생명보험 실효가 만료되기 불과 4시간 전이었다. 보험계약의 경우 2개월 연속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사고가 나도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실효 상태가 된다. 보험료를 연체하다 실효일 직전에 이씨 남편이 사망한 것이다.

생명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이은해씨가 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MBC ‘실화탐사대’ 화면 캡처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A보험사 보험사기 특별조사팀에서 일했던 김홍(62)씨는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여러 정황상 ‘이은해는 가입자가 빨리 사망하길 바란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생명보험 계약 기간을 만 55세로 짧게 잡은 점, 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이른바 ‘근접 보험’이라는 점, 여러 보험의 수익자가 모두 ‘이은해’라고 명시된 점(보통은 자녀를 염두에 두고 ‘법정상속인’이라고 한다) 등이 수상했습니다. 전형적인 사기꾼의 유형이었죠.”

김씨가 일했던 보험사기 특별조사팀은 말그대로 보험사기를 전담하는 특별조사조직(SIU)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보험 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9만7629명이나 된다. 전년인 2020년보다 1200명가량 줄었지만 적발 금액은 9434억원으로 전년 대비 450억원이 늘었다. 혐의점을 보험사가 파악해 직접 의뢰해야 수사가 진행되는 보험사기 특성과 소액 보험사기의 경우 적발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실제 보험사기 규모는 적발 규모의 10배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갈수록 보험 사기 규모가 커지고 지능화, 조직화되면서 보험사들은 전문적으로 이를 전담∙대응하는 특별조직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1996년 삼성화재가 처음으로 SIU를 조직했다. 이후 각 보험사는 하나둘씩 보험사기를 걸러내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보험금을 노린 사기 사건이 빈번해지면서 더는 일반보상 담당 직원의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주요 손보사들은 적게는 40여명에서 많게는 60여명에 가까운 인원들을 SIU에 투입하고 있다. 2021년 4월 현재 국내 손해보험사 SIU 소속 인력은 총 340명 정도이며, 생명보험사에서는 200~2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검·경 출신과 데이터 분석가로 구성

보험사는 사건·사고가 발생해 보험금이 청구되면 1차 서류심사를 한다. 1차로 손해사정사가 면담조사를 진행하지만 그래도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SIU에게 사건을 넘긴다. 이때 현장을 방문하고 탐문조사를 벌여 사기로 의심되는 근거를 모으는 것이 SIU의 일이다.

그러나 SIU에게 수사권은 없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크고 작은 민원이 생긴다. 과거에는 금융감독원을 거쳐 경찰 등에 수사 의뢰를 했다. 하지만 2016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보험사기 행위로 의심되는 경우 보험사가 직접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의심이 가는 경우 발품을 팔아 조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IU 핵심 인력은 경찰 출신 전문조사요원이다. 다양한 사건·사고 현장 등을 조사해야 하는 까닭에 전직 지능범죄수사과와 교통사고조사반, 강력계 등 경찰 출신이 많다. 계곡 살인 피의자 이 씨를 처음 의심했던 인물 중 한 명인 김 씨 역시 경찰에서 15년 일한 후 생명보험사의 SIU에서 20년간 근무한 베테랑이다.

경찰 출신의 경우 신종 보험사기를 잡아내는 ‘촉’이 남다른 데다, 혐의 발견 시 수사기관과의 협조가 가능해 보험사가 선호한다. 실적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급여도 공무원보다 훨씬 좋다고 알려져 SIU에 지원하는 퇴직 경찰도 많다.

SIU는 사기로 의심되는 사건을 직접 조사해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밖에 전직 검찰 수사관과 변호사, 교통안전공단 교통사고 조사원, 종합병원 의무기록원, 심리분석가 출신도 있다. 또 간호사 등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료인 출신도 의료분석요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기 가능성을 분석하는 전문요원도 있다.

생보사 SIU가 강력이나 형사사건 등과 관련된 보험사기를 주로 조사한다면, 손보사 SIU는 교통사고와 관련된 보험 사기 등을 다루는 일이 많다. 다만 최근 들어선 블랙박스 보급과 폐쇄회로(CC)TV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를 이용한 보험사기가 줄고 있다. 어쭙잖게 사기를 쳤다가는 꼼짝없이 증거가 남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지급되는 보험금은 결국 대다수 선량한 계약자의 보험료에 영향을 주게 된다”며 “고객보호 차원에서라도 SIU 인원을 확대하는 등 적발과 예방을 위한 업무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 해결도

사람을 죽이고 시신까지 바꿔치기한 무속인, 위장 교통사고로 억울하게 죽은 만삭의 캄보디아인 아내, 신혼여행 중 니코틴으로 살해된 19세 아내….이 사건들은 모두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사건들은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보험사 SIU 조직이 범죄 가능성을 인지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말 무속인 안모(44)씨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노숙인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수면제 10일치를 한약에 타서 먹이고 살해했다. 안씨는 시신을 화장한 뒤 친언니 등과 짜고 병원에서 자신이 죽은 것처럼 허위로 신고해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안씨는 범행 전 보험설계사 최모씨와 공모해 34억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에 가입하고, 사망 진단서로 보험사 두곳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거액의 사망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2번밖에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금이 청구되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한 보험사 SIU가 경찰에 제보하면서 2012년 7월 덜미가 잡혔다.

임신 7개월차였던 캄보디아인 아내(25)를 숨지게 한 B씨는 2017년 1월 대전고등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B씨는 2008년 결혼 직후부터 아내 앞으로 11개 보험사에서 사망 보험금 95억원어치를 받을 수 있는 26개 상품에 가입했다.

B씨는 지난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삼거리 휴게소 인근에서 갓길에 서있던 8톤 화물차를 스타렉스 승합차로 들이받아 조수석에 태운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안전벨트를 맨 상태로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지만 임신 7개월의 아내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고, 사고 즉시 숨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직후 이씨는 처음 도착한 견인차 기사에게 자신의 몸이 운전석에 끼었으니 빼달라고 요청했을 뿐 조수석에 아내가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화물차 운전자가 동승자에 대해 수차례 물었을 때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또 아내가 사망한 지 몇시간 만에 화장장을 예약했고, 한국에 갈 것이니 화장을 미뤄달라는 캄보디아 유족의 요구도 거부했다.

보험 사기를 의심한 보험사 SIU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씨가 보험을 든 보험설계사 가운데 한 명이 이씨와 유족의 태도를 수상히 여겨 보험사에 제보하고 SIU가 수사를 의뢰한 후에야 경찰이 살해 혐의점을 파악하게 됐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CCTV 분석 결과 A씨가 사고 지점 400m 앞에서 상향등을 켜서 전방 상황을 살피고, 추돌 직전까지 수차례 핸들을 조작하는 등 고의 추돌의 정황이 드러났다. 또 A씨는 본인의 수입보다 훨씬 많은 월 납입금을 보험료로 납부하는 등 수상한 점도 발견됐다.

2017년 4월에도 일본 오사카로 신혼여행을 갔던 20대 C씨가 아내(당시 19세)에게 니코틴 원액을 일회용 주사기로 주입해 살해한 뒤 사망보험금 1억5000만원을 타내려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그는 앞서 2016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해외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2017년 5월 한 보험사가 경찰에 제보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C씨는 범행 이후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신혼여행에서 아내가 자살했다는 C씨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보험사 측은 경찰에 “수상하다”고 제보했고 경찰은 인터폴 등의 협조를 받아 일본에서 부검자료 등을 건네받았다. 경찰은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단서를 확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CCBB가 추천하는 글

» 연소득 7400만원..의사보다 높다는 만족도 1위 직업은?

» ‘교대졸업=교사’는 옛말..”임용시험 합격해도 백수”

» 몸값 높은 개발자 발목 잡는 ‘이 기술’

»‘움짤의 아버지’가 손녀 선생님에게 남긴 한 마디는?

»“부캐만 N개”…대기업 뛰쳐나온 엄마 의대생의 ‘삼중생활’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