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때문에 경찰 시험 불합격?..”기준 달라졌다”

2021년 제2차 경찰공무원 공개채용에 응시했던 A씨. 그는 필기시험에 합격했지만 이후 진행된 신체검사에서 탈락했다. A씨가 등에 새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가로 4.5㎝, 세로 20㎝ 크기의 문신(타투)이 문제였다. 등 문신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떨어진 A씨는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지난 2022년 4월 21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A씨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했다.

문신 때문에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수험생들이라면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모든 문신이 문제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예전보다 기준이 완화되긴 했어도 법이 정한 수준이 있기 때문이다.

등에 새긴 문신 때문에 경찰 채용 시험에서 불합격한 응시자에게 내려진 처분이 부당하는 결정이 나오면서 문신 때문에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에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는 수험생들도 걱정을 덜게 됐다. /픽사베이

◇경찰 이미지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

경찰은 경찰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에서 몸에 있는 문신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공무원 신체검사 기준표에 따르면 “내용 및 노출 여부가 경찰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문신이 없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문신 내용은 혐오성과 음란성, 차별성 등이 없어야 한다. 사회 일반인 상식을 기준으로 폭력적, 공격적이거나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는 내용이나 사람의 하체에 대한 그림이나 성적으로 노골적이고 외설스러운 문구 등 사회 일반인의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을 야기할 수 있는 내용, 특정 인종과 종교·성별·국적·정치적 신념 등에 대한 차별적 내용은 안 된다.

또 범죄집단 상징 및 범죄를 야기, 도발할 수 있거나 공직자로서의 직업윤리를 어긋나 경찰관의 이미지를 손상할 수 있는 내용도 안 된다.

노출 여부는 모든 종류의 경찰 제복을 착용했을 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어야 한다. 얼굴과 목, 팔, 다리 등 쉽게 노출되는 곳에는 문신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2021년부터 완화된 기준이다. 기존에는 ‘시술 동기, 의미 및 크기가 경찰 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문신’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상 “몸에 문신이 있으면 경찰이 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문신에 엄격했다.

경찰은 “문신의 동기, 의미, 크기를 판단한다는 게 다소 애매하고 추상적인 면이 있다보니 엄격하게 채점할 수밖에 없었다”며 “응시기회 확대를 위해 문신 금지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드라마에서 경찰 역을 맡은 배우 설현이 경찰 제복을 입은 모습. 몸에 문신이 있더라도 제복 착용 시 노출되지 않거나 경찰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경찰 공무원이 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JTBC 드라마 ‘낮과 밤’ 캡처

완화된 기준에도 불구하고 A씨는 등에 새긴 ‘사필귀정’이란 문신 때문에 필기시험에 합격하고도 신체검사에서 탈락했다. 사필귀정은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데로 돌아간다’는 사자성어다. 경찰이 정한 기준대로라면 이 문신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의미도 그렇고 외부로 노출되는 부위도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이 문신의 내용이 공직자로서의 직업윤리에 어긋나 경찰관의 이미지를 손상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신이 신체 중 노출되지 않는 곳에 있었고, 거의 지워진 상태라 일반인 기준에서 혐오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의 사례는 불합격으로 인해 얻은 공익보다 잃게 되는 사익이 더 크다고 보고 불합격 처분을 취소했다.

◇자기 표현의 수단? 달라진 인식

중앙행심위의 판단에는 달라진 사회적 인식과 분위기가 반영됐다. 민성심 권익위 행정심판국장은 “최근 자신의 신념이나 이름 등의 ‘문자 타투’가 많아지고 있고 문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현실적 상황과 경찰직 지원자의 권리를 고려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과거만 하더라도 문신은 혐오감을 준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신이라는 말보다 타투(Tattoo)라는 말을 흔히 쓰고, 문신을 자기 표현의 수단이자 개성으로 보는  분위기다. 타투 인구도 많아졌다. 타투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타투 인구는 300만명, 반영구 화장을 더하면 약 1300만명에 달한다. 시장 규모는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SNS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타투 인증샷. /인스타그램 캡처

이처럼 문신이 대중화되고 기준이 완화되곤 있지만 경찰의 문신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특히 의사협회는 불법 시설에 의한 문신이 성행한다는 점에서 경찰의 문신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의사협회는 “의료법상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의 문신 시술은 명백한 불법인데도 최근 더 성행한다”며 “문신을 한 (경찰공무원) 지원자 가운데 상당수가 의료법을 위반한 불법 시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법과 질서를 수호해야 할 경찰이 불법 문신을 몸에 새긴 채 업무를 수행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반문한다.

경찰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불법 문신 시술을 단속하는 경찰이 문신을 했을 때 시민들이 어떻게 보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찬성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다르다. 직장인 B씨(37)씨는 “문신 여부가 공무원 업무와 무슨 상관이 있어서 제한하는지 모르겠다”며 “미국이나 해외에선 경찰에게 문신을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구권 국가들에서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신체 부위라는 조건 아래 문신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 경찰이 근무복이나 제복을 입었을 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문신을 허용하고 있고, 필라델피아 경찰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 하는 문신은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공무원 자격에 문신 규정 없지만 ‘품위 유지’ 필요

매년 6000명 이상을 선발하는 국가공무원 채용 시험의 경우는 어떨까? 현행 국가공무원법에는 문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일반 공무원의 경우 신체 어느 부위에 문신이 있든 공무원 채용에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 다만, 교정직 공무원은 업무 특성상 신체검사, 면접 시 문신이 보일 경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9급 공무원을 연기한 배우 이제훈. /리틀빅픽처

오히려 공무원이 된 이후가 문제다. 2020년 병무청에서 일하는 공무원 C씨가 문신과 피어싱을 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병무청은 문신을 모두 지우라고 했지만, 그는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와 명령 복종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병무청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 공무원은 문신하면 안 된다는 법적 근거가 없고, 징계가 과하다고 맞섰다. 문신이 ‘자기표현의 수단’이라고 맞서던 C씨는 이 일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같은 해 5월 스스로 공직을 떠났다.

유독 공무원에 대해서만 문신을 제한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나친 문신은 직업상 신뢰감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여전한 상황이다.

글 jobsN 강정미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썸네일 출처 : JT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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