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쫑긋 세우고 맞춤 케어… ‘구내염’ 노묘 위한 집사의 선택

‘반려동물 20세 시대’, 이제는 꿈이 아니라고 합니다. 반려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대하는 우리 사회 변화를 바탕으로, 점점 나아지는 반려동물 의식주와 발전하는 의료기술이 더해진 덕분이죠.

단, 반려동물이 이 모든 것을 누리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보호자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반려동물을 돌보는 보호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동그람이가 ‘반려의 고수’ 찾기에 나섭니다. 자신의 반려동물이 나이 먹어도 건강하게 키우는 반려인, 노령성 만성질환을 잘 관리받아 삶의 질은 유지하면서 장수를 꿈꾸는 반려동물. 우리 주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건강한 반려생활 환경을 조성하는데 ‘꿀팁’을 얻길 바랍니다.

*이 기획은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우리동생)과 함께 합니다.

우리동생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앞두고 대기하는 고양이 ‘새우’의 모습. 다른 반려인이나 병원 관계자의 손길에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지난 11일, 서울 성산동 우리동생 동물병원. 진료를 기다리던 반려묘 ‘새우’(15)의 보호자 이하늬 씨는 다소 긴장한 듯했습니다. 이곳에서 고양이에게 치명적이라는 ‘구내염’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 어느덧 5개월. 최선을 다해 관리한 만큼 차도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하늬 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우는 처음 만난 사람의 손길에도 호기심 어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진료실 문이 열린 뒤에도 풀리지 않던 하늬 씨의 긴장은 우리동생 김희진 원장이 새우의 입 여기저기를 살펴본 뒤 “전보다 괜찮은 거 같아요”라고 말한 뒤에야 조금 나아졌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지내던 새우에게서 구내염의 징후를 찾아낸 건 독립해 살던 하늬 씨였습니다. 평상시 밥도 잘 먹고, 부모님 집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던 새우가 예사롭지 않은 행동을 보인 겁니다. 사료도 잘 먹지 않았고, 움직임도 부쩍 줄었습니다. 게다가 그루밍도 잘 하지 않은 듯 털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나이가 들어서 밥을 잘 먹지 않는 듯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하늬 씨는 이상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나서야 새우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김 원장은 “새우는 전체적으로 잇몸에 발적(벌겋게 부어오르는 증상, 급성 염증의 징후로 꼽힌다)이 보이는 상태로, 길고양이들처럼 침을 흘릴 정도로 심한 건 아니었지만 구내염의 전형적인 증상을 보였다”고 첫 진료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구내염에 걸린 고양이의 입안. 잇몸에 붉은 발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비록 길고양이들보다는 상태가 괜찮다고 하지만, 새우의 구내염도 심각했다고 합니다. 김 원장은 “새우가 조금만 어렸다면 전발치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통 고양이 구내염의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는 발치가 꼽힙니다. 구내염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이빨에 쌓이는 치석과 박테리아인 만큼, 원인을 확실히 제거하는 개념이죠. 그러나 새우의 나이는 15세. 마취를 오래 하기도 다소 부담스러운 나이고, 이빨을 모두 제거한 뒤의 삶의 질도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스케일링과 함께 이빨 두 개만 제거한 뒤, 최대한 통증을 줄이며 관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듣는 귀 열면서 ‘냥이 맞춤형 식사’ 제공하기

첫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부터 새우의 ‘생활 속 치료’가 시작됐습니다. 밥을 먹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흔히 습식 사료를 급여하는 게 구내염에 걸린 고양이들에게는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건식 사료는 씹는 과정에서 고통을 느끼는 만큼 부드러운 습식 사료가 통증을 줄여준다는 뜻이죠.

그러나 막상 현실을 마주하고 보니, 습식 사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습식 사료가 새우의 이빨에 끼는 문제가 반복됐던 겁니다. 이빨에 습식 사료 일부가 끼다 보니 오히려 잇몸에는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죠. 결국 하늬 씨의 선택은 ‘그때그때 맞는 사료를 주자’였습니다. 평상시에는 건식 사료를 주다가 새우가 아파할 때는 습식 사료로 전환하는 방법이었죠.

우리동생 김희진 원장이 새우의 잇몸을 살펴보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어느 한쪽의 조언을 맹신하기보다 새우에게 가장 좋은 것을 찾아주기 위해 하늬 씨가 했던 노력은 바로 ‘귀 기울이기’입니다. 그는 새우가 내는 소리에 집중해 들은 뒤 상황에 맞게 대처했다고 말했습니다.

아프면 바로 소리를 내거든요.

아마 구내염 경험한 다른 보호자들도 알 거예요.

새우가 부모님 집에서 살 때만 해도 아파서 소리를 내도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가족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늬 씨가 항상 새우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만큼, 새우의 통증도 많이 줄었습니다. 밥도 잘 먹어서 11월에는 3.8kg이던 몸무게도 3월에는 4.3kg까지 늘었습니다.

김희진 원장과 새우 보호자 이하늬 씨가 새우의 차트를 살펴보며 향후 치료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치료될수록 더욱 커지는 ‘스트레스’라는 복병

모든 게 나아질 거라 믿던 그 순간,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새우의 스트레스였습니다. 새우는 현재 내복약으로 치료를 진행하다 연고를 구내염 부위에 바르는 방향으로 치료 방법이 바뀌었습니다. 먹는 약의 성분이 나이 든 새우의 신장에 부담을 줄 수도 있어서입니다.

문제는 새우가 입안을 직접 건드리는 치료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모님 집에서 지낼 당시 새우는 단 한 번도 양치질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치석 제거에 도움을 준다는 간식을 간혹 먹었을 뿐이죠. 김 원장은 “구내염의 원인이 워낙 다양해 양치를 한다고 예방할 수 있다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어릴 때부터 양치를 하는 습관이 있었으면 구내염이 발생한다 해도 이렇게 심해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15년간 양치를 해본 경험이 없던 새우에게는 식사 후 입안을 소독하는 일도, 잇몸에 연고를 바르는 것도 전부 고역이었습니다. 사람 입장에서도 질병 치료를 하게 되면 바뀌는 생활 방식에 적응하기 어려우니, 새우라고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겁니다.

보호자의 손에 새우가 문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새우가 약을 바르는 걸 거부하면서 생긴 상처다. 동그람이 정진욱

결국 잇몸을 소독하거나 약을 바르는 과정에서 하늬 씨는 손을 물리기 일쑤였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약을 바른 뒤에 고양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놀아주거나, 간식을 잠시 급여하곤 합니다. 싫어하는 일을 마친 뒤 보상을 주는 의미죠. 그러나 새우에게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나이 든 새우는 간식도, 장난감에도 그다지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고 하네요.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다지만, 약을 바르면서 하늬 씨와 새우의 사이에는 긴장감이 더 높아졌습니다. 밥을 먹은 뒤 새우는 슬금슬금 하늬 씨의 눈치를 보고, 하늬 씨 역시 그 시선을 느끼며 생활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밥을 다 먹었으니 이 인간이 언제 내 입을 건드리려나?’ 눈을 마주치면 새우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2007년 새우를 처음 집에 입양했을 당시의 모습. 당시 하늬 씨의 집에서 키우던 ‘깡’이라는 반려묘와 모색이 비슷해 ‘새우’라는 이름이 생겼다. 새우 보호자 이하늬 씨 제공

결국 새우는 하늬 씨와 점점 거리를 뒀습니다. 원래 새우는 가족 중에서 하늬 씨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요가를 하던 하늬 씨의 몸 위에 올라타 망중한을 즐길 정도였죠. 15년 전, 유기묘였던 새우를 집에 데려온 이래 이렇게 관계가 소원해진 적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밤에 하늬 씨가 자고 있을 때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아는지, 하늬 씨 곁에서 잠이 들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거리를 두곤 했습니다.

하늬 씨의 고민은 점점 깊어졌습니다. 건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의 관계가 망가질까 두려운 거죠. 치료 과정이 오히려 더 스트레스인지, 11일 측정한 새우의 몸무게는 4.0kg으로 오히려 1개월 전보다 줄었습니다.

결국 절충안이 마련됐습니다. 하늬 씨는 진료실에서 김 원장에게 연고를 며칠 간격을 두고 바르는 방향으로 치료 방법을 바꿀 순 없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다행히 소독약을 바르는 건 그나마 덜 싫어하는 편이라 가능한 방법이었습니다. 김 원장은 하늬 씨의 고민에 대해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치료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많아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라며 “어쩔 수 없이 보호자가 한 수 접어줘야 하는 시기인 건 맞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동생 김희진 원장이 새우 보호자의 고민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어쩌면 새우와 하늬 씨가 겪는 실랑이는 투병 기간 중 한 번은 거쳐가야 할 과정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감정싸움을 보호자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는 점이라 지칠 수도 있다는 점이죠. 그래도 하늬 씨는 최대한 오랜 시간 새우와 행복을 찾는 길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최근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직장을 그만둔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에는 새우에게 더 많은 시간을 쏟기 위한 마음도 담겨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길지 않잖아요. 그동안 관리를 못해줘서 이렇게 된 거니까, 최대한 새우에게 많은 걸 맞춰가면서 살아가야죠.

반려동물에게 쏟는 마음만큼은 어느 베테랑 집사 못지않은 하늬 씨의 마음을 새우도 언젠가는 알아주지 않을까요. 새우의 남은 묘생이 하늬 씨와 함께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동그람이 정진욱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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