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워너브라더스 파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쭉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이유는 이곳이 위치한 곳이 두바이가 아닌 아부다비였고, 그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아부다비-두바이 국경이 굳게 닫힌 뒤 PCR 검사를 받은 사람만 통과시켜주는 등 까다로운 검역 정책으로 인해 왕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근 방역정책이 완화되면서 왕래가 쉬워지고 또한 라마단 기간이라 테마파크 안에 사람도 얼마 없기에 이를 이용해 후다닥 다녀왔다.
워너브라더스의 대표 캐릭터들.
우리나라에는 워너브라더스 파크가 잘 알려져 있진 않은 것 같다. 비슷한 콘셉트의 ‘유니버셜 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 ‘레고랜드’ 등이 홍콩, 도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곳곳에 포진한 것과 달리 워너브라더스 파크는 아부다비를 포함해 세계에서 3곳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중에서 레고랜드는 이제 올해 우리나라 춘천에서 개장하긴 했지만 말이다.
워너브라더스의 캐릭터들이 같이 걸어 나오고 있다. 뒤로 슈퍼맨, 사이보그, 플래시 등의 캐릭터들도 보인다.
UAE 아부다비 중심가에 위치한 야스 아일랜드에 10억 달러를 들여 지었다는 실내 테마파크 ‘워너 브라더스 월드 아부다비’가 2018년 문을 열었다. 호주 퀸즈랜드의 워너 브라더스 무비 월드, 스페인의 워너 파크 마드리드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 워너 브라더스 테마파크다. 아부다비가 워너 브라더스 테마파크를 짓겠다는 계획 하에 워너 브라더스 측과 계약을 맺은지 11년 만이다.
워너브라더스 영화 오프닝.
워너브라더스가 누구인가. 할리우드의 5대 메이저 영화제작사 중 하나이면서, 영화 제작은 물론 배급도 하고 워너의 이름으로 미국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등의 사업도 하는 전방위 엔터테인먼트 기업 아닌가. 루니툰의 벅스버니(Bugs Bunny)는 내 어린 시절 최애캐였다.
워너브라더스 파크 앞에 익숙한 방패 모양이 보인다.
2000년대에는 이 회사에서 나온 영화들이 200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콘들로 기억될 정도로 엄청난 전성기를 누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해리 포터의 배급권을 사 ‘해리 포터’ 실사영화 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렸으며, 판타지 장르의 고전인 톨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반지의 제왕’ 실사영화 시리즈로도 전무후무한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SF계의 명작인 ‘블레이드 러너’와 ‘매트릭스’, ‘배트맨’ 시리즈를 위시하는 DC 코믹스의 작품 역시 워너브라더스의 지적재산권이다.
전 세계 큰 인기를 끌었던 해리포터 실사화 영화 시리즈.
두바이에서 아부다비까지는 자차로 대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조금 빨리 서둘러서 출발할 것을 추천한다. 두바이에서 아부다비 가는 길에 피곤하거나 조금 휴식이 필요하다면 중간에 위치한 ‘EXIT’ 휴게소를 이용해 보자. 나름 영화 콘셉트를 살려서 지어놓은 곳인데 나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바이와 아부다비 국경 사이에 있는 라스트 엑시트(LAST EXIT) 휴게소.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바이-아부다비 국경에 들어서면 PCR 검사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를 체크한 뒤 안 받은 사람은 못 들어가게 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런 제도는 없어졌다. 대신 그린 패스(Green Pass) 시스템이라고 해서 아부다비 안에서 공공장소나 몰 같은 곳에 들어가려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켜서 이를 보여줘야만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워너브라더스 파크 앞 전경.
그린 패스는 백신을 접종한 뒤, PCR 음성 결과가 나온 뒤 1달까지 유효하다. 곧 다시 말하면 이제는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아부다비에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나 공공장소에 들어가려면 그린 패스를 보여줘야만 가능하기에, 어쨌든 PCR 검사를 받긴 받아야 한다는 뜻이겠다.
테마파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황금색으로 도금된 벅스버니가 맞이해준다.
테마파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황금색으로 도금된 벅스버니가 맞이해준다. 사람들이 몰려서 누구나 사진을 찍기 원하기 때문에 순서를 기다려야만 했다. 또한 우리에게 낯익은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플래시 등의 캐릭터가 크게 그림으로 그려져서 홀 가운데 걸려있다.
매표소 위로 플래시, 배트맨, 원더우먼, 슈퍼맨 캐릭터 그림이 크게 걸려있다.
테마파크는 총 6개의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워너 브라더스 플라자 (Warner Bros. Plaza), ▲카툰 교차로 (Cartoon Junction), ▲고담 시티 (Gotham City), ▲다이너마이트 협곡 (Dynamite Gulch), ▲암반 (Bedrock) 등 자신이 좋아하는 순으로 방문하면 된다. 그리고 29가지 재미있는 놀이 기구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벅스버니,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에 이르기까지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중앙 광장인 워너 브라더스 플라자의 모습.
중앙 광장인 워너 브라더스 플라자에 들어가면 중심으로 왼쪽에는 메트로폴리스와 고담 시티가, 오른쪽으로는 베드록, 다이너마이트 협곡, 카툰 교차로가 위치해 있다. 놀이시설의 난이도와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베드록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다니는 것이 가장 무난할 것 같다.
워너브라더스 월드는 실내 테마파크라 날씨와 상관없이 놀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실내 테마파크라 날씨와 상관없이 놀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워낙 덥고 뜨거운 나라라 그런지 실내 공간이 많고 또 규모 역시 크다. 요기조기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고, 캐릭터들이랑 같이 사진 찍고, 각종 액티비티 어트랙션을 타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고담시티 안 ‘조커 펀하우스’ 어트랙션 모습.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라마단 기간이라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금방금방 체험할 수 있었다. 평소 1시간 이상 대기줄이 있다는 롤러코스터도 1분 컷, 인기가 많은 각종 액티비티도 길어야 5분이면 다 탈 수 있었다. 2시간 정도 지나니 워너브라더스 파크에 설치된 29가지 놀이 기구를 전부 경험할 수 있었다.
펭귄, 할리퀸 등 익숙한 배트맨 시리즈 빌런들이 맞이해주고 있다.
솔직한 평을 말하자면 칙칙한 30대 중후반 아재가 즐기기엔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한국에 있는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에서 즐겼던 그 스릴감은 전혀 없다고 본다고 된다. 캐릭터 쇼나 어트랙션 설명도 전부 영어로 이뤄지는데 워낙 말이 빨라서 ‘토종 김치’가 100% 이해하고 타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건 영어 못하는 내 탓이긴 하다.)
보는 순간 가슴이 웅장해지는 슈퍼맨 동상.
이처럼 아찔하고 무서운 경험을 좋아한다면 워너브라더스 파크는 최선의 선택지는 아니다. 대부분의 어트랙션이 짜릿하거나 스릴 있기보다는 올망조망하고 아기자기하기 때문이다. 만화나 영화에서만 보던 캐릭터들이 설명하는 어트랙션을 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지, 짜릿한 것을 좋아한다면 이곳보다는 다른 곳을 추천한다.
마스크를 쓴 원더우먼의 모습. 세상에서 제일 센 원더우먼도 코로나19는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추천한다면, 세계에서 3곳밖에 없는 워너브라더스 파크라는 희소성,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마블 캐릭터에게 조금 밀리는 감이 없진 않지만 오래전부터 ‘근본 있는’ 캐릭터였던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이 활약하는 각종 퍼레이드와 어트랙션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 아닐까. 어린이뿐 아니라 이들 캐릭터를 사랑하는 ‘어른이’들까지 단연코 최고의 장소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내 파크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어린이뿐 아니라 워너브라더스 캐릭터를 사랑하는 ‘어른이’들까지 단연코 최고의 장소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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