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6세 여성 ‘100명 중 1명’만 가능, 여전히 품귀라는 이것

#. 닝샤(寧夏) 인촨(銀川)시에 사는 80허우(80后·1980년대 출생자) 왕쉐링(王雪玲)은 11개월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자궁경부암 백신 주사를 맞았다. 그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들어 자궁경부암에 관한 보도가 굉장히 많아졌다”면서 “주변 직장 동료들과 친구들끼리 ‘어디에서 백신 예약이 가능하다더라’라는 정보를 주고받지만 사실상 예약은 하늘에서 별 따기”라고 말했다.

#. 지난 1월 18일, 병원 온라인 예약 프로그램을 해킹해 9가 HPV 백신 접종을 예약해 주고 돈을 받아 챙긴 대학원생 류(劉)모 씨가 공안에 체포됐다. 6개월 넘게 접종을 못 하는 여자 친구를 위해 작년 11월 한 병원 전산망에 침투해 예약을 접수하는 데 성공했다. 전산망 침투로 손 쉽게 예약에 성공하자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수료 800∼1000위안(15만∼18만원)을 받고, 예약을 대행해 수만 위안의 수수료를 챙겼다. 이에 광둥성 선전시는 브로커 개입과 공정성 시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16~26세 여성 백신 추첨제를 도입했다.

이 모든 ‘접종 대란’은 중국 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virus) 백신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9가 HPV 접종 대상인 16∼26세 여성은 1억 2000만 명이지만,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물량은 506만여 회 분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접종 대상자의 1.4%만 백신을 맞을 수 있다. HPV 백신의 경우 보통 3차에 걸쳐 접종하게 되는데, 3차까지 맞는 가격이 3900위안(약 75만 원)으로 비싸다. 그럼에도 없어서 못 맞는 실정이다.

자궁경부암은 여성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악성 종양 중 하나다. 발병 원인인 HPV는 거의 대부분이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는데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의 10명 중 1명이 감염될 정도로 매우 흔한 바이러스다. 그러나 원인이 명확하고 예방이 가능해 종식될 수 있는 유일한 암이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CDC)에 따르면 매년 13만 명 이상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에 걸린다. 이 중 3만 명은 목숨을 잃는다. 30세 이하 중국 여성이 전체 환자의 30%를 차지하며, 15~44세 중국 여성에게 발병하는 악성 종양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HPV 백신은 세계 최초 종양 백신이지만 과거 중국 본토에서 승인을 받지 못해 출시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중국 본토 접종자들이 먼 중국 홍콩까지 가 백신을 맞아야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한국 원정 비율도 높다. 중국 환자들은 특히 언박싱(unboxing)을 중시하는데, 자신이 보는 앞에서 의사가 봉인된 상품을 개봉하고 확인시켜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중국 국내 백신에 대한 불신이 남은 탓이다.

현재 중국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HPV 백신은 수입 2가, 4가, 9가와 중국산 2가(세콜린, Cecolin)가 있다. 숫자가 클수록 대응하는 바이러스가 더 많다. 가령, ‘2가 백신’은 2가지 유형의 HPV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수십만 원에 달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9가를 선호한다.

중국산 2가는 비교적 최근 출시됐다. 2019년 12월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아 출시됐고, 2020년 5월부터 공급이 시작됐다. 2가 백신인 세콜린의 제조사는 완타이바이오(万泰生物)다. 중국 최초의 국산 HPV 백신으로 ‘저가 공급’이 가능해 기존 해외 독점 브랜드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평가다. 완타이바이오는 중국의 국민 생수 농푸산취안의 대표 중산산(钟睒睒·68)이 75.1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중산산은 농푸산취안과 완타이바이오 덕에 2021년 포브스가 선정한 중화권 최고 부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지난 3월 31일 루이커(瑞科生物)바이오가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돼 ‘홍콩 최초 HPV 백신 주식’이 됐다. 루이커바이오는 상장 당일 시가 총액이 120억 홍콩달러(약 1조 8732억 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HPV 9가 백신은 루이커바이오의 주력 제품으로 2025년 중국 최초로 시판되는 HPV 9가 백신이 될 예정이다.

HPV 백신의 국내 대체 추세가 뚜렷해지며 중국 내 백신 제조사들 또한 잇달아 IPO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반(Frost & Sullivan)에 따르면 중국의 HPV 백신 시장 규모는 2020년 135억 위안(약 2조 5984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2030년까지 690억 위안(약 13조 281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뿐만 아니라 HPV 백신 시장이 2020년에서 2030년까지 17.7%의 연평균 복합 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HPV 9가 백신의 시장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9가 백신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저렴하게 공급 중인 PHV 2가 백신의 수요 역시 증가할 여지가 크다.

현재 중국에는 HPV 백신 연구 및 개발 중인 기관만 15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백신 개발은 기술 장벽도 높은 데다, 긴 임상 시험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판되려면 최소한 10~15년의 시간이 걸린다. 완타이바이오의 2가 백신은 2002년에 연구 및 개발을 시작해 상용화까지 18년이 걸렸다. 루이커바이오 또한 2011년부터 HPV 백신 연구 개발을 시작했다. 다시 말해, 긴 백신 연구 개발 기간과 비용을 버텨내기 쉽지 않아 시판까지 성공하는 업체 수가 적다.

중국 정부는 적령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HPV 백신 무료 접종을 진행하는 등 시장 수요를 증가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적령기 여성 대상 HPV 백신 무료 접종률은 7%이며, 향후 적극적으로 HPV 백신 연구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HPV 백신 접종도 권고하고 있다. 흔히 ‘자궁경부암 주사’라는 표현 때문에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접종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여성에게 발병하지만 남녀 모두 HPV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대한감염학회에 따르면 남성 역시 HPV가 생식기 사마귀, 구강암, 항문암 등을 일으킬 수 있어 9~45세 여성과 9~26세 남성에게 9가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HPV 백신의 수급 안정화와 접종의 필요성, 인식의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향후 중국 내 HPV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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