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는? “급등한 항공권∙숙박료가 발목 잡네”

엔데믹 앞두고 휴가 계획 세우는 직장인들
코로나 방역 조치는 완화됐지만
급격히 오른 물가, 항공권 부담스러워

‘동해로 갈까, 제주도로 갈까? 아니면 해외로?’

IT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 정모씨는 요즘 남편과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올 여름엔 맘 편하게 휴가를 떠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정모씨는 “해외 여행 후 국내 입국 시 격리 의무가 사라진 데다 국내 여행 때도 마스크 없이 관광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며 “7일 정도 휴가를 계획 중인데 어디로 떠날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엔데믹을 앞두고 행복한 고민을 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그동안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여름 휴가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계획을 세우느라 바쁜 모습이다. 벌써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세웠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막상 편히 여름 휴가를 떠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물가와 유가, 항공권 가격 때문이다.

엔데믹을 앞두고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는 직장인이 늘고 있지만 물가 상승과 항공권 부담으로 맘 편히 휴가 떠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픽사베이
◇물가상승률 13년 만에 최고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하면 13년 반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년=100)로 2021년 같은 달에 비해 4.8%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품목에 따라 50% 넘게 올랐고, 공공요금도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원자재 가격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가 늘면서 물가가 6%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유류 품목과 개인서비스 부문에서 크게 상승했다. 휘발유(28.5%)와 경유(42.4%),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29.3%), 등유(55.4%)가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가 4.5%, 공공서비스가 0.7% 올랐다. 특히 외식은 6.6% 올라 1998년 4월(7.0%) 이후 최고치였다.

휘발유나 경유, 외식비 외에 여행 관련 물가도 크게 올랐다. 국내 단체 여행비는 20.1%로 크게 올랐고 국내 항공료(8.8%)와 여객선료(7.2%), 골프장 이용료(5.4%), 호텔 숙박료(5.4%) 등도 인상됐다.

이에 따라 휴가에 드는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여행 수요가 늘수록 물가 오름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어 휴가가 몰리는 7~8월 휴가 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천정부지로 오른 항공권도 부담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는 직장인 중에는 올해는 드디어 해외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 국제선 항공권 수요가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 항공 포털 실시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국제선·국내선 여객 수는 378만4000명으로 3월보다 31.2% 증가했다. 국제선은 3월 41만4000명에서 4월 64만4000명으로 55.4% 늘었는데, 2021년 4월과 비교하면 259.8%나 증가한 수치다.

항공권 수요는 폭발하고 있지만 높은 항공권 가격 탓에 해외 여행 떠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픽사베이
늘어나는 수요만큼 항공원 가격 상승도 가파르다. 2019년 6~7월 인천에서 런던, 파리 왕복 항공권 가격은 150만~220만원이었다. 그러나 2022년 6~7월 항공권 가격은 230만~350만원으로 올랐다. 인천과 하와이 왕복 항공권은 70만~100만원에서 170만~190만원으로 올랐고 인천과 방콕 항공권은 50만원에서 90만~100만원으로 올랐다.

국제선 항공권 가격이 이렇게 오른 건 2년여 만에 해외여행길이 열리면서 여행 수요는 폭발하고 있지만 실제 국제선 운항 재개율은 턱없이 낮아 수급 불균형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지난 2년여간 시간당 항공기 도착 편수가 10편으로 제한됐고 5월부터 20편으로 늘어난 상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 시간당 40편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정부는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야간 비행 역시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항공권에 붙는 유류할증료마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면서 항공권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5월 3만3800~25만6100원이던 대한항공의 유류할증료는 6월 3만7700원~29만3800원으로 뛰었다. 인상된 유류할증료는 고스란히 항공권 총액 상승으로 이어진다.

해외여행 입국자 대상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해외여행에 드는 비용과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게 됐다. /픽사베이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해외여행 입국자 대상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수십만원에 달하던 PCR 검사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5월 23일부터 입국 전 받는 코로나 PCR 검사에 신속항원검사를 포함시키고 검사 횟수도 3번에서 2번으로 줄였다. PCR 검사 한번에 10만원 정도 드니까 가족 여행의 경우 수십만원을 아낄 수 있게 된 셈이다.

◇직장인 절반 이상 해외 대신 국내로

이런 비용 부담 때문일까. 올해 여름휴가를 고려하고 있는 직장인은 10명 중 8명에 달하지만 그중 절반이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989명에게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올해 여름 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78.4%로 나타났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올해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2020년 같은 조사에서 여름휴가 계획을 밝힌 응답자는 26.8%로 재작년과 비교해 약 3배 정도 늘었다.

여름휴가 계획이 있는 직장인들에게 휴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물어본 결과 국내여행(56.3%)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해외여행(23.6%)과 호캉스(12.8%)라고 답했다.

올해 여름휴가 계획이 없다고 밝힌 이들에게도 그 이유를 물었더니 비용 부담(33.6%)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코로나 상황을 아직 안심할 수 없어 외부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를 것 같아서(28.5%), 연차 사용 부담(12.6%)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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